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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an 30. 2024

13주 차 - 정밀초음파

이번주에는 모봉이들이 정밀 초음파 검사와 목울대 검사를 하는 중요한 주.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혹시 모를 선천적인 문제를 검사하기 때문에 모든 예비부모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한다. 우리 부부도 아무 일 없겠지 하는 마음이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하필이면 이번주에 회사 업무로 인한 캐나다 출장으로 1주일 간 집을 떠나 아내와 같이 병원에 갈 수 없다. 다행히도 장모님이 아내와 같이 병원에 동행하기로 했다. 캐나다와는 시차도 12시간 이상 나기 때문에 검사결과를 바로 알 수 없어 더 걱정이 크다. 검사 이외에도 모봉이 들을 정밀초음파로 아이들을 입체적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다음에 봐도 된다고는 하지만 몇 번 없는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을 숨기기 어렵다. 캐나다 출장 중에 걸린 몸살 때문에 저녁 스케줄을 마치고 일찍 몸을 침대에 누웠다.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고 나니 새벽 3시에 갑자기 눈이 떠져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2시. 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라고 한다.


마미톡 어플에 자동으로 올라오는 초음파 영상 덕분에 오늘 검사한 정밀 초음파 영상을 지구 반대편에서도 볼 수 있다. 편리한 세상이다. 다만 녹화된 정밀 초음파 영상에서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같이 녹음되지 않기 때문에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만 볼 수 있다. 무음 영상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인지 추측만 할 뿐이다. 여기가 머리, 두 손, 두 발, 배. 정밀초음파를 보는 의사 선생님은 아내에게 아이들의 부위를 알려주고 아내는 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까? 둥글게 뜬 토끼 같은 눈으로 아이들 영상이 띄워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을 아내를 생각하니 찡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제까지 봤던 흑백 초음파 사진과 정밀초음파 사진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내가 정밀초음파를 봤을 때 첫인상은 징그러움이었다고 한다. 흑백 초음파 사진보다 사진이 뭔가 더 현실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아이들이 점점 더 사람의 형태를 띠어갈 때마다 반가움과 걱정이 모두 찾아온다.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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