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시작한 지 벌써 일년이 되었다.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 사회생활의 첫 챕터를 마무리하고 조금 쉬고 싶었지만, 일하고 싶었던 로스터리 카페에 경험 삼아 지원해 보았는데 합격을 했고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러 간 카페에서도 아르바이트 제안을 주셔서 어쩌다보니 또 주 5일을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쉼 없이 시작한 사회생활의 두 번째 챕터. 마케팅을 할 때는 바쁘면 바쁠수록 대화할 일이 많았다. 프로젝트 시작 직전까지 협력사와 조율할 때도 많았고,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직전까지 마지막 수정을 위해 피드백을 주고 받는 일도 많았다. 그렇지만 카페는 달랐다. 손님에게 주문을 받는 일 외에는 말할 일도 없었고, 이미 정해진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바쁘면 바쁠수록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되었다. 주로 앉아서 했던 업무와 달리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해서 처음 한 달은 허리와 다리가 몹시 아팠다. 그래도 좋았다. 몸은 힘들어도 정신이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달까. 여전히, 왠지 '정답'이 있는 것 같은 이 일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편해진다.
퇴사를 하고 나서도 좋은 기회로 마케팅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퇴사를 했지만 퇴사를 안 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들어오는 일마다 최선을 다하며 “퇴사해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올 봄에는 대표님은 다른 영역의 마케팅 일도 경험해 보라며 새로운 회사도 소개해 주셨다. 사실은 자신이 없었다. 8년 동안 다루던 도서 마케팅이 아니라 걱정이 앞섰고, 혹시라도 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대표님이 중간에서 곤란해 하실 것이 걱정됐다. 엄마 말대로 내가 인복이 타고난 걸까. 새로운 회사 대표님은 결과보다는 내가 일하는 태도를 좋게 봐주셨고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다. 그렇게 내 삶과 일의 영역이 조금 더 확장되었다.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나는 일 욕심이 많다. 그래서 나의 이런 면을 좋게 봐주는 선배들이 있었고 (뒤에서, 그렇지만 결국 내가 알게 되는 경로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동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은 마케팅 일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아 회사 밖에서도 나에게 맡겨지는 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카페 일의 즐거움과 슬픔은 '러쉬 타임'에서 온다. 컨디션과 집중력이 좋은 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손발이 맞아 자신감 있게 뭐든 해내는 즐거운 날. 왠지 머리가 굳어 메뉴를 읽지 못하고 긴장해서 손까지 떨리는 슬픈 날. 그럴 때면 ‘이것밖에 못하는 사람일까’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하는 일이 좋은 건, 계속 연습할수록 내 커피가 더 맛있어져서. 그 바쁜 시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서로를 '돕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 그래서 며칠만 안 봐도 왠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고, 오랜만에 보면 한없이 반가운 것. 앉아서 다수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지금의 리듬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고 느낀다. 이런 시간을 통해 나는 일터에 소통해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어릴 적엔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내가 말을 더듬는 것이 흠이 될까 두려웠다. 지금도 낯선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조금 긴장하지만, 이제는 안다. 때때로 말을 조금 더듬어도 나는 재미있게 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살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백 번 화려하게 말해도 한 번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것보다, 백 번 더듬더라도 타인을 배려하며 사는 게 더 값지다는 것도 안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보내는 하루는 함께 일하는 사람과 한없이 돈독해지고, 매일 다른 손님과 적당한 거리에서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일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일을 더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