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는 작은 일조차 완벽하게 해내려 무수한 밤을 애쓰듯이 보냈고,
그럼에도 늘 자책하고 풀이 죽었다.
그때의 나는 타인의 타인까지 굳이 배려하며 스스로를 가장 나중에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어떤 의무감이라도 있는 것처럼
최대한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변하는 것도 여러 번.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를 끊임없이 돌고 돌며
지금의 나는 미세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스스로를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자책보다는 위로를 더 많이 하려 한다.
스스로를 먼저 떠올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타인을 배려하려 한다.
지나치게 긍정에 집착하지도,
그렇다고 부정을 굳이 곁에 두지도 않는다.
결국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같은 몸 안에 존재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며 또 다른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