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퍼즐 조각 생성중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잤다면 차라리 다크서클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까.
미래지향적 계획도 아니고,
과거에 대한 후회는 과거에 뭘 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니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당장 생산적인 뭔가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무슨 장르인지도 모를 생각들이 거의 매일 밤 자기 전까지 머리를 가득 채운다.
이를테면
나는 누구인가
숨은 잘 쉬고 있는가
나는 지금 왜 배가 고픈가
나는 요즘 무엇이 불편한가와 같은 것들.
더 정확히는 그런 것들에서 시작하여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물음까지 던지게 된 셈이다.
단순하게 시작해서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생각 많은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을 매일 밤 밟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로만 그 생각들을 담기엔 내 뇌의 용량이 부족함을 깨달았고 결국 메모장을 열었다.
이따금씩 넘치는 생각을 덜어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들을
한 두 개씩 붙잡아 기록했고 퍼즐판을 생성했다.
기록한 날짜와 넘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맥락은 없다.
그날 느꼈던 게 다음날 먼지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다음날 느꼈던 게 전날과 극과 극으로 달라지기도 해서다.
마치 퍼즐 조각을 잃어버렸다 찾았다 하는 것과 같았다.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는 주제에
인간미가 있어 다행이라며 스스로의 기록을 새삼스러워하는 것도
일상의 작은 반복 중 하나가 됐고,
뒷장부터 시작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책의 퍼즐 조각들은
순서에 따라 잘 끼워 맞춰진 조각들이 아닌,
그저 하나하나의 독립적인 조각들의 모음집이라 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어쩌다 퍼즐이 완성되면 땡큐고
아직도 퍼즐을 생성하는 중이라면 그 또한 땡큐다.
여전히 끄집어내거나 쏟아낼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