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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흐름 Oct 12. 2021

#02. 오늘의 바람이 낯설다

괴로움을 몰라서도 아니고, 외로움을 피해서도 아니다.

그러나 무슨 고집인지 나의 괴로움과 외로움은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저녁에 먹은 약이 너무 독했던 건지 속이 계속 울렁이고

머리마저 살짝 어지럽다.

때마침 울리는 핸드폰으로 누군가 새삼스럽게 컨디션을 물어오지만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괜찮다고 답해버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람이 낯설고 무서운 날.


거센 태풍이 한창일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는데

그저 얕은 이슬비와 함께 불어오는 오늘의 바람소리가

더 크고 무섭게 와닿는다.


마음 한편에 어떤 태풍을 품고 있길래

이토록 쎄한 기분을 느끼는 걸까.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을 들 수가 없는 밤.


결국 나는 마음속에 품은 바람이 낯설고 무서운 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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