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Marrakech, Morocco
첫 번째 날 ▷Barcelona to Marrakech
Marrakech, Morocco
한국에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던 작년 2019년 10월. 친구와 함께 모로코 여행을 떠났다. 사하라 사막에 대한 로망을 안고 떠나게 된 그곳.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의 두근거림과 설렘, 걱정. 그 묘한 감정들의 섞임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젠 너무 소중해진 항공사진에 맘이 몽글몽글 짠하다. 저녁 시간 비행이어서 하늘에서 예쁜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모로코 중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마라케시이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나라들 중 스페인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이슬람 문화권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아프리카 국가의 이미지보다는 중동 국가 이미지와 더 닮아 있는 곳인 것 같다.
택시 기사들의 흥정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 밖이 어둡다. 마라케시 공항은 상상한 것보다 더 깨끗하고 멋진 신식이었다. 난 무엇을 생각한 걸까? 여행을 떠나기 전 인터넷과 여행책자에서 택시 이용에 관한 이런저런 팁을 얻었다. 가격을 정해 흥정하는 택시는 타지 말고 미터기를 켜고 가는 택시를 이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은근 전투태세를 갖게 하는 내용이다. 저녁 7시 30분쯤 빠져나온 공항. 해가 일찍 지는 10월 말의 밖은 이미 깜깜하다. 먹잇감을 발견이라도 한 듯 달려드는 택시 기사들은 왜 그렇게 무서운 건지. 꽤나 여행 경험치 만랩이라 생각했던 우리 둘이었지만 처음 온 아프리카에서는 그냥 쫄탱이 둘이었다.
최대한 센 언니 모드를 장착하고 택시들이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갔다. 공항 입구에서 정면 대각선 우측으로 직진, 계단을 살짝 올라가면 택시들이 주차해 있는 곳이 나온다. 흥정을 해 오는 기사들을 상대로 미터기를 켜달라고 나름 단호하게 엄포를 놓았다. 마라케시 좀 와본 척 연기를 열심히 했다. 그들 눈엔 처음 온 티가 팍팍 났겠지? 결국 미터기로 가는 택시 기사는 없었다. 그리고 이후 여행 내내 한 번도 없었다. 인터넷에서의 정보들이나 여행기들은 본인의 경험에 의해 다르게 기록된다. 내 정보도 내 경험에 의한 것들임을 미리 알린다.
마라케시 길가에 버려지다.
첫 번째 숙소는 마라케시의 올드 타운인 메디나(Medina)의 제마 엘프나 광장(Jemma el-Fna) 근처에 있다. 메디나까지는 공항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택시 기사님에게 숙소 주소도 알려주었고 가격도 이미 흥정했기에 우린 맘 편하게 이동을 했다. 갑자기 광장 입구에서 택시가 멈췄다. 우리에게 내리라고 한다. 짧은 사이에 이미 짐들은 모두 꺼내져 있다. 우리 지금 버려졌다.... 차가 광장 안 끝까지 못 들어가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입구에서 내리게 될지는 몰랐다. 지도상에서는 아직 15분은 더 걸어가야 하는 거리이다. 짐이 친구보다 작았던 내가 앞서 길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사람들로 꽉 찬 광장을 지나 어둡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책에서 보았듯, 팁을 받아 보겠다는 어린아이들이 길을 알려 준다며 따라온다. off 라인에도 위성으로 위치가 잡히는 지도 어플에 의지한 채 지도만 보며 앞으로 걸었다. 지도에서 알려준 골목 끝에는 호텔이 없었다. 길도 막혀 있다. 망.. 결국 이웃의 도움으로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경계를 했던 그때를 지금 생각해보니 우습다. 당시엔 세상 전투태세의 긴장한 순간이었다. 밤에 도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Riad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모로코 전통 가옥인 리아드(Riad)이다. 한국으로 치면 전통 한옥 호텔 같은 곳이다. 숙소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던 순간의 안도감. 호스트 분은 유쾌하신 모로코 아저씨였다. 쿠키와 모로코 전통차인 민트 티를 웰컴 드링크로 내주셨다. 체크인에 필요한 서류를 주셔서 작성하고, 티타임으로 잠시 긴장을 풀었다. 공항에서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줄 때 고유 번호를 같이 적어준다. 잘 받아와야 한다. 호텔 체크인 서류에 필요한 번호이다.
리아드(Riad)란 모로코어로 정원이라는 뜻이다. 건물 가운데 주로 수영장이 있는 중정을 만들고 수영장 모서리에 나무를 심어 장식하는 것이 전통 방식이라고 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스페인에도 파티오라고 부르는 중정을 가진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과거 800년간 아랍권의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은 모로코와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을 거라 짐작해본다.
숙소는 모로코스러운 장식품들로 가득했다. 특히 조명 장식들이 아주 많았는데 조도를 낮게 해서인지 몽환 적인 느낌이었다. 옥상에는 공용 공간이 꾸며져 있다. 별도 볼 수 있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마지막 날 밤 여기에서 라면과 와인으로 우리만의 밤을 즐겼다. 오늘은 고생했으니 이만 취침해야겠다. 내일부터 마라케시의 화려한 모습을 보러 출동해 보겠다. 미리 말하지만 마라케시는 혼돈의 도시이다. 그럼에도 결국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마력의 도시이다. 이 여행기를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마지막 편쯤 나도 모르게 모로코의 매력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