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셀로나 Oct 19. 2020

호구가 되기로 했다

무질서가 질서인 도시



Marrakech, Morocco

두 번째 날 ▷ Souk Marrakech Market






미지의 세계로 출발

모로코식 아침 식사


모로코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 이 낯선 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일층 중정에 조식이 준비되어 있다. 예쁜 모로코식 식기에 모로코 팬케익과 몇 종류의 빵 그리고 바나나가 예쁘게 담겨있다. 후식으로 요거트도 나왔다. 모로코식 커피는 굉장히 연한 편이었다. 친구가 가져온 커피 가루를 좀 더 추가하니 입맛에 잘 맞다. 이번 모로코 여행은 준비성 좋은 친구 덕을 많이 봤던 여행이 되었다.


배를 채웠으니 이제 미지의 세계로 출발해 보자. 숙소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이런 좁은 골목길이다. 이런 길 끝자락에 자리 한 숙소였으니 어젯밤 헤맸던 건 당연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르겠다. 붉은 빛깔의 벽들과 집들은 골목길 입구까지 쭉 이어진다. 이 도시 대부분의 건물들 색깔 이기도 하다.






마라케시 재래시장

개미지옥


오늘 우리의  미션은, 광장 입구에 있는 Hotel Ail 건물의 환전소에서 환전하기. 여기가 환율이 좋은 편이다. 그리고 핸드폰 유심칩 구입 하기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몸이 움직이기보다는 본능을 먼저 따르게 된다. 숙소가 구시가지 안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가는 길목에 볼거리들 천국이다. 마라케시의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Souk 시장이 보였다. 머리는 환전 먼저라지만 몸이 이미 골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밖에서  때는 몰랐다.  개미지옥에 걸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골목을 들어서니 골목에  골목. 미로 같은 구조의  규모 재래시장이다. 온갖 모로코 관련 물품들이 없는  빼고는  있는듯했다. 멈출  없는 개미지옥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시간 가는  모르고 구경을 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 천국이다. 모로코 상인들의 열정적인 호객 행위 때문에 처음엔 약간 쫄탱이에 부적응자 모드였다. 이내 분위기 파악을 하고 적당히  들은  필요할 때만 말하는 모로코의 쇼핑 법과 흥정의 스킬을 익혀갔다.





모두 거짓말쟁이 같아

흥정의 나라


여기 사람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물건을 살 때 밀당이 필요하다. 보통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먼저 부르고, 서서히 깎아 주는 척하는 식이다. 심지어 모로코인 모두가 거짓말쟁이처럼 보였다. 이런 면이 좀 지치는 쇼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화라고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마인드 셋이 살짝 필요했다. 이와 중 굳건히 가격표를 만들어 붙여 놓고 정가제를 추구하는 가게도 있었다. 고집 쎄 보이시는 인상의 주인아저씨. 왜 때문인지 나는 살짝 비싸긴 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도 아니었던 이 가게 주인아저씨의 고집이 마음에 들었다. 마라케시를 떠나기 전날 다시 들러 사하라 사막에서 입을 모로코 전통 의상 한 벌을 여기에서 구입했다. 이 개미지옥에서 시간이 의도치 않게 너무 지체되었다. 나가야 한다. 다시 광장을 찾아 빠져나가려니 길을 찾아도 찾아도 입구가 안 나온다. 사람들한테 물어가며 한참을 뱅글뱅글 돌다가 빠져나왔다. 휴~ 쉽지 않군 모로코!






호구가 되기로 했다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아침의 제마 엘 프나 광장은 어젯밤의 혼돈과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였다. 과일주스가 맛있다고 하길래 하나사 손에 들고 환전소를 찾아갔다. 무사히 환전을 하고 옆 가게에서 유심칩도 사서 끼웠다. 드디어 첫 미션 완료! 인터넷이 되는 폰과 돈이 있으니 맘이 세상 든든하다. 모로코에 교통 신호등은 도로 장식품 정도의 역할이다. 신호를 지키는 것은 사람도 차도 동물도 없다. 알아서 길을 건너지 못하면 평생 못 건넌다. 이 나라 사람들 다들 목숨이 두 개쯤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듯하다. 택시는 외국인에게 미터기를 켜지 않는다. 아시안 여자 둘이었던 우리의 경험은 그랬다. 합승 문화도 있어서 로컬이 탄 택시에 합승을 하게 된 적이 있었다. 미터기를 잘 켜고 달리던 택시가 로컬이 내리자마자 꺼버린다. 따졌지만 소용없다. 그 후 우리는 호구가 되기로 했다. 일찍이 포기한 덕분에 남은 여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미터기는 포기했지만 흥정은 포기하지 않았던 우리. 흥정 스킬은 점점 좋아지고 갈수록 과감해졌다.





이런 모로코 여행을 추천한다?

추천한다!


이쯤이면 모로코 여행이 뭐가 좋다는 거냐 생각할 것 같다. 지금 소중한 시간을 내셔서 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사실 이 시점엔 나도 앞으로의 여행이 슬쩍 걱정된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국 모로코 여행은 내게 새로운 여행의 관점을 심어 준 시발점이 된 좋은 여행으로 남았다.


마라케시의 기본기를 제대로 몸소 배우고 인지한 우리 둘. 오늘 목적지인 마조엘 공원으로 향했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한 도시 마라케시.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브 생 로랑 박물관과 마조엘 공원. 마조엘 블루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는 예쁜 코발트블루 빛 이야기로 가본다.



이전 02화 혼돈의 마라케시 길가에 버려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