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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GOING HOME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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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Dec 23. 2022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다.

비우기 시리즈 10.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작년 이맘때 저는 이모댁에 심부름을 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금방이라도 막 쏟아질 것 같았는데요.



그날은 저의 이모의 생신이었고, 이를 축하하고자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해 이모댁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다른 친인척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지만, 이모와는 나름 끈끈한 사이였습니다.



제가 이모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많아 셀 수 없지만, 우선 첫 번째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이모의 태도를 사랑했습니다.



나이가 먹고, 삶이 고단해도 항상 영혼의 즐거움을 따라가는 이모가 여럿을 적부터 너무 멋졌고,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모의 생일을 챙기기 시작한 건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된건, 외할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외할머니가 크게 아프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 가족은 외할머니를 집 인근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때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저희 가족만큼이나 빨리 달려와 주셨던 분들이 이모와 이모부입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두 가족들은 하나가 되어 온마음을 다해 할머니를 마지막까지 모셨지요.



이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더욱 돈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외할머니의 49제 마지막 날,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는 당장 내일의 날씨도 예측하기 어렵지 않나?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중에 더 성공해서, 호강시켜주겠다고 먼 미래를 약속하고, 현재를 외롭게 두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착각이구나.”



사랑하는 이가 죽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작게라도 좋아하는 음식 하나 더 자주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같이 축하할 일이 있다면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자고 결심하게 되면서, 이모의 생신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모는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라, 가족끼리 서로 시간을 맞춰 밥 한 끼 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이모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를 예약해 두면, 엄마는 이모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약밥을 지어 제 손에 들려 심부름을 보내곤 하셨습니다.



그날도 약밥으로만, 최소 3단을 형성한 거대한 도시락 그릇과, 이모에게 드릴 케이크를 들고 지하철을 탈 예정이었는데요.



원래는 혼자 가려고 했는데, 하늘에서 눈이 금방 쏟아질 것 같은 날씨 때문인지, 엄마가 아빠에게 저를 차로 태워서 대려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아빠와 계획에도 없던 드라이브를 단둘이 하게 되었지요.



저는 퇴사를 하고,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동안 특별히 아빠와 어떤 대화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아빠도 제가 불편할까 봐 저를 배려해 어떠한 말도 딱히 꺼내지 않으셨던 건데요.



그렇게 한동안은 대화가 끊겼었는데, 갑자기 달리는 차 안에 함께 있게 되니, 순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지요.



이 침묵을 깨고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먼저 첫마디를 땠습니다.



“아빠, 나는 내가 예전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는 부족하더라도 그냥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려고 해.” “좀 모자라고 부족하더라도, 이젠 세상 앞에 나를 숨기고 싶지가 않아.”



그랬더니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아빠도 항상 아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었어.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도, 세상이 인정해줄 수준이 될 때까지는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던 거 같아.”



“그런데, 너는 나와 다르니까. 그냥 한번 해봐.”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엄청난 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보닛을 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밖에선 눈이 급격하게 오고 있었지만, 저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어요.



정말 꼭 해야 하는 말을 용기 내서 아빠에게 털어놓았는데, 존중받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눈길을 뚫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저녁을 먹을 때가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뒤돌아서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에게도 용기를 내 제 의지를 비췄는데요.



제 이야기를 듣자, 한동안 엄마는 말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엄마 또한


“오랫동안 너를 관찰했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너는 직장 생활은 아닌 거 같아.”라고 답변해 주셨지요.



퇴사를 했던 2021년의 겨울은 눈도 펑펑 내리고 굉장히 추웠지만, 제 마음만큼은 인생의 그 어떠한 시기보다 굉장한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딱 1가지는 정확하게 정하게 됩니다.



2022년에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보겠다고 말이지요.



물론, 그 당시에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가 목표들은 설정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달성된 목표들은 모두 내가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 설정했던 목표들만 이루어졌지요.



그게 아닌, 외부에서 보여주기 위해 설정한 목표들 예를 들면, 개인 창업을 해서 CEO가 되어 얼마 이상의 투자를 받겠다거나, 몸짱이 되어 비키니를 입고 호캉스에 가겠다는 등의 것들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더 많은 목표들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아쉽거나 하지는 않아요.



애초에 저에게 필요한 것들이 아니었더라고요.



하지만 작년 이맘때 제 스스에 로게 약속한 것,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겠다는 목표는 나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올해 1년간 제 자신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거든요.


나름 한해 제일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으니, 잘 살았다고 느껴져 매우 뿌듯하네요.



오늘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저 자신을 괴롭히던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비우기 시리즈”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수줍고, 자신감 없이 시작했지만, 당신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덕분에 무탈하게 첫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2022년간 제가 제 자신과의 신뢰를 쌓고 진심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과정들을 담은 “채우기 시리즈”를 발송해 드리고자 합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대략 한 달간 푹 쉬고, 신년인 2023년 1/21 토요일밤에 찾아뵐 거고요.



대신, 이 빈 기간 동안, 그동안 메일로 보내드렸던 이야기들을 영상형 에세이 형태로 만들어 업로드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래서 벌써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두었고, 지금은 이 이야기에 대한 소개를 하는 영상만 업로드된 상태입니다.



매주 수요일밤 10시에 업로드 예정이고, 제 목소리로 전달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채널 링크를 첨부해드릴 테니 긴긴 겨울밤 잠이 안 올 때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남은 2022년 무탈하고 평온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김고래 드림.




저의 첫 영상 에세이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EAIo_EiMLvw&t=8s




이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에 개인 이메일로도 발행해 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메일로 받아보길 희망하시면 아래 링크로 접속해 주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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