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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GOING HOME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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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Jan 20. 2023

내면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다.

채우기 시리즈 1.

어렸을 적부터 저는 정말 꿈을 많이 꿨습니다.



과거엔 제 불면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요.



제가 29살 때까지 꾸던 꿈들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었습니다.



바로 누군가 우리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려고 하거나, 무언가에 쫓겨 맨날 도망가는 꿈이었는데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저는 항상 꿈속에서, 누군가 저희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문을 마구 두드리거나, 뜯어서 열려는 상황에 번번이 놓였습니다. 이에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방어하고, 방어하다 결국 힘에서 밀려 그 무서운 존재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 저는 되려 집을 버리고, 창문 밖으로 탈출해 도망갔습니다.



공간이 꼭 집이 아니더라도, 항상 어디선가 무언가에 쫓기고, 도망가고를 무한 반복하며, 저는 그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떨 땐 날아서, 어떨 땐 스파이더 맨처럼 벽을 타고 가기도 했고, 여건이 안되면,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시멘트 바닥을 맨발로 달렸습니다.




꿈에서 깨고 나면 정말 유쾌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과거엔 이런 꿈을 꾸면 네이버 지식인에 꿈분석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는데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다양한 꿈에 나타난 상징들 뭐 돼지가 나오면 복권을 사야 한다, 화장실 변기가 넘치면, 돈이 들어온다, 이빨이 빠지면 집안에 우환이 있다 등등 여러 가지 근거 없는 해석들이 존재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제가 제 꿈을 해석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이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해석들 때문에, 되려 괜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만 일으켜 사람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했지요. 그래서 그냥 더 이상 꿈에 대해 검색하길 포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해석할 수 없는 이 반복되는 추상적인 꿈들은 그저 저에겐 불쾌한 악몽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30살이 되던 해부터 조금씩 뭔가 꿈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는 정확히 오랜 투병 생활을 하시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시점부터였는데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여전히 누군가 문 밖에서 호시탐탐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과거엔 이런 상황을 겪으면, 문을 못 열게 몸으로 버티고 있었다면, 이번엔 신기하게도 문 앞에 딱 서서, 엄청나게 큰 고함을 지르며, 밖에 있는 존재에게 저는 외쳤습니다.



“꺼져!!!”



그랬더니, 그 소리에 놀라 존재들이 도망갔습니다.



이 외에도, 누군가 과거엔 저를 괴롭히거나 쫓아오면 막 도망갔는데, 이 시기부터 저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저를 쫓아오거나 겁주는 존재의 멱살을 잡아 되려 주먹으로 뚜르려 패기 시작했지요. 감히 저를 놀라게 했으니, 가만두지 않게 다는 마음으로 흠씬 두들겨 패주었습니다.



이런 꿈의 패턴들이 거의 30살~31살 내내 반복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2022년 어느 겨울밤. 그러니까 딱 이맘때 즘, 지금도 잊히지 않는 굉장히 선명하고 인상 깊은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저는 어떤 건물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창밖을 내다보니 건물 주변에 엄청나게 큰 사고가 난 겁니다.



너무나 큰 인명피해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다 보니, 주변이 어수선했습니다.



심지어 그 죽은 이들의 슬픈 영혼까지 보여 너무나 무서웠지요.



건물 밖에 나오니 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고 그 가엾은 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수백 명이 넘는 스님들이 건물을 둘러싸고 제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두려워, 재빨리 건물 1층의 작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 숨어버립니다.



그 방안에는 저희 가족들이 모두 세상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편히 누워 자고 있었는데요.



굉장히 작은 방이지만, 방바닥 온돌이 너무 따끈따끈했고, 가족들은 모두 하나의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었지요.



그때 외할머니만 제가 혼자 급하게 뛰어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십니다.



할머니한테, 저는 밖에 난리가 났다고, 너무 무섭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외할머닌, 제 한쪽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너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이지요.



그러곤 손바닥을 쭉 펴보라고 하셨습니다.



손바닥을 쭉 펴니, 할머니는 무언가 굉장히 반짝반짝 거리는 액상의 물체를 짜주셨습니다.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너무나 귀해 보였어요.



그러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인지, 둘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모든 게 너의 손안에 다 있다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꿈에서 깨어나서도 이 상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하루종일 그려졌습니다.



참고로 저희 외할머니는 살아계셨을 때도 단 한 번도 제 꿈에 등장한 적이 없는 분이었는데요.



"도대체 이 꿈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이토록 선명하고 아름답지?"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비록 그 자리에서 바로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분명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꿈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때부터 꿈일기를 적기 시작합니다.



과거와 달리 제 꿈들을 관찰하고, 응시하기 시작하자, 그 꿈들은 저에게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중요한 삶의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예전에,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꿈일기를 적는 것이 하루 루틴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굳이 왜 꿈일기를 적지? 기억은 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사람들이 꿈 일기를 적는 이유는 꿈 자체가 인간의 깊은 무의식과 연결된 매개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웠던 삶의 문제나 반복되는 이상 증상들이 알고 보면, 특정 시기에 겪었던 어떤 트라우마가 깊은 무의식 안에 연결되어 발생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요.


이때 신경정신학계에서는 꿈 분석을 통해 트라우마 치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톨릭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그리고 꼭 트라우마 치료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꿈을 해석하기 시작하면, 앞으로의 삶의 비전이나, 지금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해서 더 정확히 알아차리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저도 거의 1년간 꾸준히 매일 꿈일기를 작성하면서부터는 더 이상 사주나 타로를 보게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꿈이 저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주고, 제가 하는 고민들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지요. 


앞으로의 채우기 시리즈에는 종종 제 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꿈을 매개로 제 자신과 더 깊게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번 시리즈 중간중간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평온하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고래 드림. 




이번 "채우기 시리즈" 이전에 작성했었던 "비우기 시리즈"를 유튜브에 영상형 에세이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혹시 불면과 수많은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시다면, 이 콘텐츠를 추천드립니다.


보다 긴긴밤 혼자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 보았으니, 제 생각이 나신다면, 언제든 찾아와 주세요. 


https://youtu.be/gkJroFz5kFs



오늘 보내드린 이야기들은 매주 토요일에 이메일로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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