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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Jan 27. 2023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기 시작하다. [1부]

채우기 시리즈 2.

저는 2022년의 목표를 [나 자신을 사랑하기]로 설정은 했는데, 문제는 무엇이 정말 스스로를 위한 일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나를 사랑한다는 게 뭔지를 잘 모르겠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좀 해봤는데, 


그때 당시에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단 최고의 방법은, 오랜 기간 저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직장에 안 들어가는 것이었는데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 퇴사를 한지 얼마 안 된 저의 판단에는, 제 기질이 원래 자유롭게 사업해야 하는 성향인데, 그 사실을 모르고, 남이 만들어둔 그 틀에 저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자체가, 가장 괴로웠던 일이라고 생각을 한 겁니다. 


그래서 일단 굉장히 단순하게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돈이 있으면, 굳이 남 밑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 첫 단계가 기존까지 내가 가장 잘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4년간 해오던 제품 기획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4년 동안 이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고, 익숙한 저만의 루틴이 있는 나름 자신 있는 일이었지요.



그러나 이런 저의 생각과는 달리, 1월부터 3월까지 정말 생산적이라고 불릴만한 일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가슴 짓눌림을 반복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진짜 그 당시에 저는 스스로의 상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미 돈을 버는 방법을 알면, 그냥 실행만 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이 일을 하려고 책상 앞에만 앉으면 뭔가 마음이 깝깝하고 너무 답답했어요. 또한 이 상태를 무시하고 일을 하려고 애쓰면, 애쓸 수 록 뭔가 저 자신한테 못할 짓 하는 것 마냥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몸도 회복이 다 안되었는데, 혹시 목표를 무리하게 너무 크게 잡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주간 월간 일간 이렇게 만들어서, 제가 어디까지 과업을 해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되,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작은 단위에 실행 계획들을 세워 봤는데요. 



결과는 정말, 쓸모없는 짓이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만든 체크리스트가 저에게 더 압박감을 주었지요. 


그때 당시엔 왜 압박이 왔는지 전혀 몰랐는데요. 


1년 뒤, 과거보다 저 자신을 조금 더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현재에서 회고를 해보자면, 그때 당시에 제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어요. 


마치 하루에 할당된 일을 완수하지 못하면, 저는 저 자신을 엄청난 게으름뱅이 취급을 하고 있었고, 


오늘 해야 하는 과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으니, 보상이 아니라 벌로 마음 편할 자격이 없다는 듯이 저를 대하고 몰아붙이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 이 원인을 알던 모르든 간에 너무나 당연하게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또한 그 당시에 저는 ~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식의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너무 오랜 기간 답습했다 보니,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는 것 자체를 아예 자각하지도 못했지요. 



제가 이렇게 이 행위를 의식하지 못하자, 이 불편한 심기는 꿈에서도 반복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매일 똑같은 꿈을 꿨다기보다는 맥락이 굉장히 비슷한 꿈들을 그 시기에 자주 꿨어요. 


예를 들면 꿈에서 제가 진짜 잘생긴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남자친구들의 친구들도 뭔가 연예계 종사자로 다들 잘생겼고, 돈도 많아 보였어요. 저는 그들의 초대로 어떤 파티에 가게 됩니다. 


그 파티에는 저를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잘 차려진 밥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잘 차려진 밥상. 그러니까 숟가락만 뜨면 되는 밥상을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걷어차고 나와버립니다. 


그때 저는 꿈 안에서 "이건 아니야! 이건 내가 원했던 게 아니야!" 라며, 불편한 내색을 보이며 쓸쓸하게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거의 3개월 정도를, 눈을 떠서도 잠을 자서도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결국 번아웃을 겪으면서 약해졌던 제 몸의 일부가 통증을 동반한 이상 신호를 보이게 됩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또 몸이 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다시 1년 전인 번아웃 상태로 돌아가게 생겼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결단을 내립니다. 지금은 창업 준비를 할 시점이 아니라, 제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모든 일을 다 중단하고, 저는 책상 앞에 바로 앉아,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을 해보기로 합니다. 



"왜 다 차려놓은 밥상, 그러니까 이미 돈을 버는 법을 아는데 왜 그 쉬운 방법을 실행하지 못하니?"


"왜 4년 동안 그렇게 잘했으면서, 올해는 뭐가 문젠데 못하는 거야?"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지만, 저는 아무런 답변도 적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당시엔 원인이 뭔지를 아예 몰랐어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기로 합니다. 



"그럼 올해의 목표가 나를 사랑하기였는데, 내가 현재의 상황에서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라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가장 먼저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건, 아픈 제 몸이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번아웃을 겪으면서 1년 사이에 갑자기 10킬로 확 불은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살이 찌니 몸에 여러 염증과 통증을 달고 살았지요. 그리고 심지어 제가 연초에 너무 제 자신을 시달리게 해서, 과거 번아웃으로 인해 이상증상이 있었던 신체 일부도 병원에서 정밀 검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뭔갈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저 멀리 치워버리고, 일단은 가장 먼저 제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기로 결심을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얼마 전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한 지인이 저에게 영상을 하나 공유해 줬어요.


내용은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는 그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 영상에서 언급하는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건, 권위 관계가 너무나 명확해서 엄청난 권위자가, 아랫사람에게 사랑을 하사하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대등한 관계, 그러니까 상대방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형태라고 영상에서는 설명을 하는데요.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작년 이맘때 제가  아무리 체크리스트를 많이 작성해 뒀어도, 실행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바로 제가 저한테 한 행동이 조건부적 사랑의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이 체크리스트 자체가 ~해야 ~할 수 있다. 또는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식의 조건부적인 문장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문장들은 겉으로 보기엔 마치 나 자신을 위한 일인 것 같아 보일 때가 많은데요. 


하지만, 이 문장에 대해 왜?라고 몇 번 반복적으로 질문을 해보면, 그 안에 정말 나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보통 사회적인 성취와 인정, 사랑을 받기 위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안 하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해야 하는 과업들로 체크리스크가 작성된 경우가 저는 많았더라고요. 



뭐 예를 들면,



내가 오늘의 체크리스트를 완수해야 나는 쉴 자격이 있어.


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증거기 때문이야.




그럼 왜?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목표가 있어야, 사회적으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 같잖아.



왜? 생산적이어야 하는데?


생산적이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 취급받잖아. 난 게으른 사람 취급받고 싶지 않아. 계속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어.



그럼 왜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걸 좋아하니까. 사회에서 그런 존재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니까. 좀 쉬고 있으면,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하니까. 안 좋게 보니까.



이런 식으로 이 문장 안에 숨은 제 내부의도를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니, 1년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제가 저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던 어떤 목표들을 다시 재점검하고 걸러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꼭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정말 저 자신을 위한 일인지 걸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일을 하면서 점점 내가 심리적 압박감이 커지는가? 그러니까 마음이 점점 불편해지는가를 솔직하게 관찰하면 알 수 있었지요. 


최근 신년이다 보니, 여러 계획을 세워놓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저처럼 무기력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한번 이 방법도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이 되었든 저는 당신이 항상 무탈하고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찾아뵐게요! 




김고래 드림.




독실한 기독교 지인이 추천해 준 영상은 아래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MBQCFQtTqvg




지금 발행하고 있는 채우기 시리즈의 앞전 이야기인 "비우기 시리즈"를 최근부터 영상 에세이 형태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혹시 긴긴밤 제 이야기가 생각나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세요. 


https://youtu.be/T5HsoZHf1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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