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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GOING HOME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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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Mar 10. 2023

행동을 통해 진심을 들여다보다.

채우기 시리즈 8. 

하늘이 뻥 뚫린 듯, 쏟아지던 폭우가 겨우 그치고, 본격적으로 불면의 밤을 알리는 열대야가 시작되던 2022년의 여름.



저는 이 낯설고도 너무나 익숙한 [불면증]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좀 막막했습니다. 



익숙한 분야가 아닌, 굉장히 생소한 신경정신분야의 주제이다 보니, 어디서 부터 톺아봐야 하는지 자체가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주변에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객관식 설문지를 뿌려보기도 하고, 


나중엔 네이버나, 다음에서 가장 유명한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에 가입을 해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들을 무작정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장기간 만성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의 게시글들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는데, 게시글마다 공통적으로 [단약]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을 하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한의원에서 처방한 잠이 잘 오는 약이름인가? 싶었는데요. 그런데 나중에 만성 불면증을 겪었던 심층 인터뷰 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원에서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정규적으로 처방해 주는 약의 복용을 중단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단약을 하는 이유는, 이 약을 단기간 섭취하는 건 괜찮은데, 장기간 섭취하게 되면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아져서 약이 없으면 되려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면증 카페에서 단약을 하겠다는 의미는, 기존에 오랫동안 의존했던 약물을 중단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잠을 자보겠다는 사람들의 의지를 담은 말이었던 건 겁니다. 


저는 한동안 이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의 단약 과정을 지켜보다가, 문득 이런 의문들이 연달아 떠올랐습니다. 



"약 의존도가 높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었던 의료계에서는, 과연 불면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이 불면증의 근본원인은 뭘까?"



이 의문들을 품고, 저는 본격적으로 수면과 관련된 서적 및 연구 논문들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닥치는 대로 연관 서적들을 읽던 중, [잠의 사생활]이라는 책에서 첫 번째 힌트를 얻게 되는데요. 



이 책은 로이터 통신의 수석기자이자 뉴욕대 저널리즘 겸임 교수였던 저자가, 비록 저처럼 전공자는 아니지만, 수년간 자신을 괴롭히던 수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잠]이라는 영역에 대해 직접 탐구했던 과정들을 담은 책이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내용들이 있었는데요. 


 불면증은 치료하기가 아주 독특하고 어려운 상태인데, 환자 자신이 자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뇌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포기하거나, 거부하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 치료는 쉽지 않다. 일부 이유는 이 장애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과학적 정의조차 대체로 모호하다는 데 있다.


데이비드 랜들 /이충호 옮김 [잠의 사생활 中]



이 책에서는 미국 의학회에서도 장기간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약을 처방했을 때 환자가 밤에 깨어서 몽유병처럼 걸어 다니거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반복적인 이상 행동들을 보이는 수많은 부작용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고, 심지어, 환자 자신만 약을 먹으면 잠을 잤다고 착각하는 거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 있었던 거지요. 


실제로도 그 당시 제가 주로 관찰하던 불면증 카페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단약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에, 새벽만 되면 이상한 욕설을 하거나, 맞춤법이 심하게 파괴되어, 문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 모습을 보고,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게시글들에 달린 댓글들이 단약을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으니 이해한다는 내용들을 보게 되면서, "아, 약을 복용할 때도, 끊을 때도 부작용이 발생하는구나,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사실이구나." 싶었지요. 



그의 잠에 대한 탐구 과정들을 읽으면서, 비로소 저는 그다음 스텝으로 넘아갈 수 있는 생각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일단, 불면증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고,


분명 이 반복되는 결과 앞에는 반복되는 행동 패턴, 그러니까 불면으로 이르는 습관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 [습관]이라 키워드를 따라가던 중, 저에게 두 번째 힌트를 알려줄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은 찰스 두히그라는 사람이 쓴 [습관의 힘]이라는 책인데요. 그 부제가 



“왜 우리는 후회할 줄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가”입니다. 



이 책의 저자도, 기자 출신인데, 그는 오랜 시간 사람들이 정작 본인 스스로도 도대체 왜 그러지는 알 수 없었던 반복되는 행동의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팁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공유한 방법의 핵심은, 모든 습관은 아래와 같이 크게 4단계의 반복적인 패턴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신호-열망-반복적인 반응-보상



공식 명칭은 [홀리오의 습관 고리]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홀리오는 원숭이 이름입니다. 


이 패턴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케임브리지 대학 신경과학과 교수인 볼브람 슐츠인데, 


그가 홀리오라는 원숭이에게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특정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다 발견하게 된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습관을 길들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습관의 원인을 찾는데도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하는데요. 


볼브람 슐츠는, 이 4단계의 기본 패턴을 통해, 왜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지, 왜 알코올중독 치료 센터에 똑같이 치료를 받아도, 누구는 회복되고, 누구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근본원인을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 방식이 기업 비즈니스, 마케팅, 의료 분야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데요. 



다만 이 4단계 중에서 신호, 반복적인 반응, 보상은 겉으로 그냥 보기에도 빨리 찾을 수 있지만, 열망, 즉 이 반복된 행동 속에 숨은 진짜 속마음은 쉽게 찾아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습관의 고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상황을 관찰"하는 일입니다. 



즉 이 반복된 패턴이 일어나고 있는 그 상황 자체를 관찰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행동을 하는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이 방법을 책에 나온 사례를 조금 구체적으로 각색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해 보자면,



어떤 사람이 요즘 너무 급격하게 체중이 불어난 겁니다. 


그래서 자기가 살이 찐 이유를 체크해 보니, 자꾸 오후 2시만 되면 고칼로리에 도넛을 습관적으로 집어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행동 자체만 보면, 당사자도 그렇고, 외부에서 보는 다른 사람 눈에도, “아, 단 게 당기는구나” 그럼 “단걸 안 먹으면 살이 빠지겠네”라고 생각하고, 단 걸 끊으려고 해도 대부분 실패한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이 습관을 고치고자 한다면, 오후 두 시만 되면, 도넛을 집어 먹고 있는 패턴이 일어나고 있는 그 상황 자체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질문 : 당신은 오후 두 시에 도넛을 어디에서 집어 먹고 있나요?

답: 사무실에서 도넛을 집어 먹었습니다. 


질문: 그럼 오후 두 시에 도넛을 집어 먹기 전, 사무실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답: 오전부터 시작된 고된 업무를 끝내고, 한숨 돌릴 겸, 동료와 대화를 하기 위해 동료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질문: 그럼 당신이 자리를 이동해, 동료한테 갔을 때 그 상황은 어땠나요? 주변에 무엇이 있었나요?

답: 동료 자리엔 항상 커피랑 도넛이 많습니다. 그리고 동료는 저에게 항상 커피와 도넛을 권합니다. 



이 과정들을 슐츠가 공유한 순서대로 다시 재정리해보면,


결과: 오후 두 시만 되면, 도넛을 집어먹다가 최근 살이 급격하게 불어난 상황

신호:오후 두 시가 되면, 자리에서 일어남

열망: 왜냐하면, 오전 업무가 너무 과해서, 리프레쉬 겸,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와 대화를 하고 싶음.

반복행동: 이때 동료가 항상 커피와 도넛을 가지고 있어서, 대화를 하면서 도넛을 자꾸 집어 먹음.

보상: 동료와 대화를 하면서, 비로소 리프레쉬되는 기분을 습득하게 됨.



위에 상황들을 슐츠의 방식대로 순서대로 관찰을 하면, 이 살이 급격하게 찐 사람이 진짜 원했던 것(열망)은 동료와 대화하면서 리프레쉬하는 일이었던 겁니다. 


즉 도넛을 먹고 안 먹고는 이 사람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동료와 대화를 할 때, 동료 책상에 살 안 찌는 차나 건강한 견과류나 과일만 있어도 문제는 굉장히 쉽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도넛을 집어 들기 전까지의 그 앞전에 반복되고 있는 상황 자체를 관찰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저는 이 책에서 설명한 바가 정말 맞다면, 불면증의 근본 원인 또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에서 설명한 이 습관의 고리가 실제 효과가 있는지 저한테도 한번 적용을 해보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저는 아주 오랫동안 이상하게 집 밖만 나가면 그렇게 카페에서 아무렇지 않게 비싼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심할 때는 그냥 커피값으로만, 일주일에 십만 원을 넘게 쓰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러한 행동이 정말 저에게는 굉장히 큰 과소비인걸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커피를 안 먹으려고 애써도 그게 잘 안 고쳐진 고질적인 문제였지요. 


위에 책에서 알려준 방법을 제 상황에 맞게 아래와 같이 적용해 보았는데요. 



결과: 한 달 지출 내역에서 커피 값으로만 최대 주 10만 원가량을 지출한고 있는 상황

신호: 집 밖을 나간다. 또는 사무실에서 나간다.

반복행동: 눈앞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산다.

보상: 커피를 마시며 카페에 앉아 있으니, 몸이 이완되고 만족감을 느낀다.



이 방법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게 됩니다. 


바로 그 반복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저의 감정상태인데요. 


책에서는 열망이라고 표현만 되고, 구체적으로 언급이 안되었지지만, 실제 제 행동 패턴을 파악할 때 효과적이라 더 추가하게 됩니다. 



일단, 저는 한번 엉덩이를 붙이면, 집중도와 몰입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평균 4시간 이상 그냥 그 상태로 화장실도 안 가고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지요. 한 번에 에너지를 몰입해서 확 끌어다 쓰다 보니, 그 몰입하는 일이 다 끝나가거나, 에너지가 리면 저는 사무실이든, 집이든 그 몰입하던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 했습니다. 



이때 제가 느끼는 내 감정상태는 [너무 힘들다. 지쳤어. 소진되었다] 였지요.



이렇게 느끼는 상태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보통 주변에 쉽게 눈에 띄는 새로운 공간은 카페였습니다.


한집 걸러 하나가 카페였으니까요.

 


저는 공간이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커피를 엄청 빨리 마시는데요. 거의 앉은자리에서 10분도 안 돼서 다 마셔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커피만 다 마셨지 그 과도하게 소진된 긴장 상태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지요. 


그냥 빈 컵을 들고, 더 머물다 가기엔 민망한 지라, 어쩔 수 없이 한잔을 더 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몸이 이완이 되고 기분이 좀 나아지곤 했지요. 


책에서 알려준 방법들을 저에게 적용하고 나서, 알게 된 습관 속에 숨은 제 진짜 속마음은,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오전 내 업무에 집중하느라 과도하게 긴장된 내 몸을 이완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걸. 그러기 위해선 공간의 전환이 필요했던 거지요. 




그러면서 정말, 과도한 긴장을 내려놓고 이완하기 위해, 자꾸 공간을 전환하는 반복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게 맞다면, 그 공간이 꼭 카페는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이 공간은 공원 벤치가 될 수 도 있는 거고, 그 벤치에 앉았을 때 무언갈 마시는 반복행동이 꼭 커피일 필요도 없었던 겁니다. 물이 될 수 도 있는 거지요. 



이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 실제 집 밖을 나가, 짚 앞벤치에 잠시 앉아서 물을 한 600리터 정도를 연달아 마셔 봤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심호흡을 하면서 한 삼십 분간 차분히 앉아 있어 봤는데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카페에 안 가도 금세 제 컨디션이 회복이 되었어요. 동시에 굳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오랜 고질병이었던 잘못된 습관을 비로소 끊어내게 됩니다. 



이 과정들을 통해 어쩌면, 한 개인이 불면에 시달리기 직전의 "어떤 상황과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는가"를 추적하다 보면, 분명 한국인 만이 가지는 공통 패턴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저는 실제 저에게 효과가 있었던 이 습관의 고리 4단계 방식에서, *감정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추가해 심층 인터뷰 지를 만들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게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한 주도 무탈하고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김고래 드림.



지금 발행하고 있는 채우기 시리즈의 앞전 이야기인 "비우기 시리즈"를 최근부터 영상 에세이 형태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혹시 긴긴밤 제 이야기가 생각나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세요.



https://youtu.be/Xzx36 eZQWDc


이야기에서 언급된, [잠의 사생활]과,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9183739




http://www.yes24.com/Product/Goods/79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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