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부터였다.
나는,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득그득 들어찬 숨을 내뱉으며
꽤나 빠르게 달린다.
달리는 동안 잊는다.
내 앞으로 주어진 모든 이름표를 잊는다.
그 이름표의 무게가 무겁고 무서워
더 빨리 달음 친다.
바람을 얼굴로 만지는 일은,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
나는 바람을 조물조물 만지작거린다.
여름이 왔다.
소식도 없이 왔다.
내가 가진 두발 외에
유모차의 네 개의 발이 더해져
여섯 개의 발은 함부로 뛰지 못한다.
그렇게, 뛰지 못하는 사이에
나만 빼고, 여름이 왔다.
나만 빼고 여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