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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Sep 23. 2022

당신의 출근길


창은 아직 어둑하다.

뱉어지는 호흡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그가 일어났다.


​맞춰둔 알람은 항상 뒤늦게 울린다.

알람보다 정확한 반복되는 일상.


​누구보다 소리에 예민하던 내가

늘 기척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육아가 시작되며,

늘 몸은 지쳐있었고

모든 신경은 아이에게 닿아있었다.


​홀로 새벽에 일어나

어쩌면 참, 외로웠을 출근길.


​우리가 둘이었듯

새벽도 언제나 둘이었다.


​도시락을 싸기도 하고

작은 간식이라도 꼭 손에 쥐어

그를 배웅했었다.


​잠이 덜 깼지만 항상 웃는 얼굴

그리고 이어지는 따뜻한 포옹.

그 힘으로 나서는 문이었을 것이다.

현관에서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기어이 듣고 나서야 돌리던 발길.


​어느새 함께인 것이 습관이 되어

혼자서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나는

그가 출근한 뒤에도 잠을 이어가지 못했다.

​​

이른 새벽 아이가 잠에서 깼다.

남편은 아이의 밥을 먹이고

나는 미루기만 했던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가 끝나고

아이가 다시 잠든 후에도

잠이 달아나 연신 뒤척였다.

남편도 마찬가지.

아이가 잠들고 출근까지 어쩌면 찰나의 순간.

그런 그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알람이 울린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온다.

밥솥을 열어 고슬고슬한 밥을 퍼낸다.

색색의 야채 가루를 솔솔 뿌리고

어머님이 주신 고소한 들기름도 슬쩍 둘러

주먹밥을 만든다.

동글동글, 하나

떼구루루, 두울

동글동글, 세엣


예쁘게 굴린 주먹밥이 그릇 안으로 툭.​

뜨거운 손을 연신 불어가며

연신 동그라미를 만든다.

그릇을 비닐봉지에 담아

손에 들려주곤 그를 배웅한다.

현관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

거실에 가득 퍼진 들기름 냄새.

아직도 손바닥에 남아있는 뜨거운 밥의 온기.

매운 내도 아닌데

눈물이 찔끔, 아니 쪼르륵.

퍽 외로웠던 내 삶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와준 고마운 사람.


​당신이 없었다면 영영 몰랐을 행복.

그런 당신을 외롭게 만들어, 미안.

아이의 미소만큼이나

지켜주고 싶은 당신의 웃는 얼굴.

그건 마음에 늘 품고 있는

나의 사랑과 진심.

오늘의 출근길은

부디, 따스하기를.


​부디,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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