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입

LNG선은 영하 163도 액체를 어떻게 관리할까?

by namddang

기술 한입 7회, 'LNG선은 어떻게 영하 163도 LNG를 싣고, 태평양을 건널 수 있을까?' 후속 편이다.


LNG선은 이름 그대로 LNG (액화천연가스)를 실어 나르는 배다.

LNG는 보통의 액체와 다르다. 영하 163도라는 아주 낮은 온도에서만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즉, 극저온 액체다.

그래서 LNG선은 '차가운 화물'을 싣고 다니는 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극저온 LNG를 운반하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LNG 증발 문제다.

아무리 단열이 잘된 탱크라도 외부의 열이 조금씩 안으로 들어온다.

저장탱크 안은 영하 163도이고, 바깥공기는 20도라고 하면, 온도 차이가 180도 이상 난다. 이 차이를 완벽히 막는 것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LNG의 일부는 조금씩 기체로 변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가스를 BOG(Boil Off Gas, 증발가스)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조금씩 새어 나오는 LNG 증기다.


문제는 기체가 되면 부피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밀폐된 탱크 안에서 가스가 계속 늘어나면 압력이 올라간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 뚜껑을 닫고 잠시 있다가 열게 되면 펑 소리가 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물의 증기 때문에 보온병 내부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다.


압력이 너무 높아지면 탱크가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LNG선에서는 이 BOG를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BO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LNG선이 바다를 정상 속도로 항해할 때는 엔진과 발전기가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한다. 이때 발생한 BOG를 그대로 연료로 쓰면 된다. 그러면 연료도 절약되고, 탱크 압력도 자연스럽게 조절된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운항하는 것은 아니다. 항구에 들어갈 때는 속도를 줄이고, 터미널 근처에서는 대기하기도 한다. 이때는 연료 사용량이 줄어든다. 그런데 BOG는 계속 발생한다.

그 결과, 쓰고 남은 가스가 생기고, 탱크 압력은 다시 올라간다.


과거에는 이 남는 가스 (잉여가스)를 그냥 태워버렸다.

안전은 확보되지만, 선주 입장에서는 상품을 태워 없애는 것이니 경제적으로는 손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바로 재액화 (Reliquefaction) 시스템이다.

재액화는 말 그대로 기체가 된 LNG (BOG)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남는 BOG를 다시 차갑게 식혀서 액체로 만들고, 다시 저장탱크로 돌려보낸다.

이렇게 하면 화물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가스를 어떻게 다시 그렇게 차갑게 만들까?

원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냉장고나 에어컨과 비슷하다.

냉매를 압축했다가 갑자기 팽창시키면 온도가 떨어진다.

여름에 파스를 뿌릴 때 차갑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이를 과학적으로 줄-톰슨 효과라고 부른.

다만, LNG 재액화는 영하 160도 수준까지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는 전혀 다르다.


LNG선에서는 두 가지 방식의 냉매를 사용한다.

하나는 여러 탄화수소(메탄, 에탄, LPG 등)를 섞은 혼합 냉매 방식이다.

혼합 냉매는 액체와 기체로 변하면서 BOG의 열을 빼앗기 때문에 효율이 좋다.

반면, 탄화수소는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에 화재/폭발의 위험이 존재한다.

혼합 냉매가 새는 경우, 다시 원래 비율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즉, 유지 관리가 어렵다.


다른 하나는 질소 냉매 방식이다.

질소 냉매는 단일 성분이고, 선박에 설치된 질소 발생기로 바로 공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화재/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상변화 없이 기체상태로만 순환되기 때문에 효율은 혼합 냉매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에는 운전 편의성과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주들이 질소 냉매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여기서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더 있다.

최근 LNG 저장탱크의 단열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열이 좋아질수록 LNG가 덜 증발하고, BOG도 줄어든다

그러면 재액화 장치의 크기도 작아거나, 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마치 단열이 잘 된 집이 에어컨을 적게 틀어도 시원함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LNG선은 아주 차갑고, 동시에 불이 잘 붙을 수 있는 화물을 다룬다.

그래서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 조선사들은 이런 LNG선 기술 분야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개발자와 엔지니어 관점에서 보면 변화하는 기술 추세를 잘 읽어야 한다.

단순히 지금의 기술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해질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는 사람이 결국 시장을 선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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