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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녹 Jul 28. 2020

직장에서 불면증을 얻었다.

밤샌 뒤 출근하는 새벽의 뒤척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길어지고 있다.


불면증의 시작, 오지 않을 것만 같던 2020년이 오고 나서부터이다.

서른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나이 들어 버린 불안감 때문인 것인지, 

매일같이 산출물을 닦달하는 최 이사 때문인지,

그저 숨 쉬고 있는 순간순간이 또렷이 버겁다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잠자리를 준비하던 때 분명 휴대폰의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수많은 생각에 잠식당한 뒤 무거운 눈두덩이를 일으켜 화면 불빛을 들여다보면 새벽 3시 34분.

출근까지 채 세네 시간 남짓 남았다는 생각에

살아있다는 것이 버티는 것이 무엇과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생은 필연보다는 우연에 좌우되었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내가 바라는 것을 얻는 것은 쉽지 않으며,

끊임없이 나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며,

그래서 슬픈 것이라는 어떤 노의사의 글이 스쳐간다.


그럼에도 자기 성질대로 살다 보면 인생의 작은 즐거움이 반복되고, 그 즐거움이 지속되면 아주 가끔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렇게 슬픔을 덮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던 80 평생의 깨달음을 곱씹으며,

현재 슬픔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블라인드 사이로 미세하게 밝아오는 불빛.

5시 23분.

더 이상 잠들려고 노력하는 일이 부질없어지는 시간. 비스듬히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출근 전까지 운동이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어 단백질 셰이크와 운동복, 세면도구를 가방에 대충 집어넣는다.

머리는 지끈하고, 어깨는 풀리지 않은 피로로 무겁기만 하다. 

밤새 곁을 지켜주던 수면등이 이제야 잘 시간이 되었다.

집을 나서는 6시, 그제야 내 방문의 창문에 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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