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이별
산이가 1살때부터 돌봐주신 시터 이모님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신다는 말씀을 하셨을때
그동안 여러번 붙잡았지만 이번만은 잡지못하겠구나 실감했다.
산이가 자란만큼 이모님도 나이가 많아지셨고
산이는 사내아이답게 점점 더 더 활동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가고
코로나 아니었으면 1년 전에 그만두셨을 분이라 보내드렸다.
그덕에 나는 지난2주동안 새로운사람을 구하고 면접보고 연락하고
업무에 대해 알려드리고 하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좋은 분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나의 안도와 다르게 산이는 지난 이모와의 이별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지금 이모도 있어야 되고, 엄마도 있어야 되고, 예전 이모도 있어야 한다고 찾는다.
그 때 마다 노화로 인해 조금 몸이 안좋은 이모님은 아산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아야 하는 (가짜)중환자가
되어가고, 아들은 언젠가 이모가 (가짜로 잃은) 그 건강을 회복하고 나면 동네 고깃집에서
재회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얼마 전 밤에는 피곤함에 지쳐 잠이 드는 와중에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산이.
이모가 없다고.
엄마가 없는 것보다는 이모가 없는게 낫지 않아? 라고 굳이 안 좋은 상황을 가정해서
겨우겨우 아이를 달랬지만 태어나 처음 겪는 이별에 아들은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
산이에겐 많은 것들이 처음이었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처음도 많다.
첫 걸음/ 첫 물놀이 / 첫 스테이크 / 첫 아이스크림 / 첫 바다 / 첫 달리기 / 첫 코피
그리고 첫 이별.
운이 좋게도 나는 산이 나이 때 그렇게 친밀했던 누군가와 이별하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산이는 이른 나이에 첫 이별을 겪었구나 조금은 짠했다.
그러면서 '이별'이 얼마나 아프고 가슴을 쥐어 뜯는 것이었는지, 내가 그걸 몸으로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
잠깐 떠올려봤다.
그래 있었지. 이별이 얼마나 잔인한건지 알았던 시간이.
자존심 따위 없이 매달리다가, 나와는 달리 태연한 상대를 저주했다가, 미련하게 재회를 꿈꾸다가
덧없이 잊혀져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일련의 서사를 겪었지.
그런 사건들이 켜켜이 지층처럼 나라는 사람의 역사를 이루고 있지.
이별은 강력하고 무겁고 슬프지만, 또 덧없는 것이어서 금방 잊힌다는 것도
산이는 알게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