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6명 조직이 60명으로 성장했던 배경
2017년 8월, 제주 맥주는 출시와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액 주주들을 모집했습니다. 11시간 만에 마감된 7억 원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금 유치의 목적보다는 브랜드의 팬덤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이기도 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제주맥주는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집에서 수제맥주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수제맥주의 인기는 급격히 식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점의 2022년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2021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수제 맥주 업계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는 업력 3년 미만의 중소 자동차 수리 업체에 팔리고 말았습다.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6명의 조직이 1년 남짓한 기간동안 60명으로 성장한 회사가 있습니다. 제가 한때 몸담았던 핸디즈라는 스타트업 이야기입니다. 핸디즈는 원래 클리닝 매니저 중개 서비스였어요.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클리닝 매니저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였죠. 그런데 7년간의 시도 끝에 직원 규모를 줄이고 사업 존패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만일 여러분이라면 7년간 이어오던 서비스를 그만두실 수 있으신가요? 폐업하는 건 창업자 입장에서 정말 어려운 결정이예요. 그렇다고 성장의 한계가 명확한 서비스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도 올바른 결정은 아니죠.
그 시기에 핸디즈가 바라본 기회는 바로 생활형 숙박시설이라는 시장이었습니다. 중개 서비스를 하다보니 분양형 호텔, 생활형 숙박시설, 관광호텔 등 클리닝 서비스가 필요한 여러 고객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위탁 운영사없이는 숙박업 운영이 불가능했고, 당시 위탁업 시장에는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운영사들이 소수였어요. 그렇게 기회를 포착하곤 중개 서비스에서 숙박업 위탁운영으로 사업 아이템을 피벗(pivot)하겠단 결정을 내립니다.
작은 조직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이처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유연성에 있습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간소하기에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 가능합니다. 반면 30명 이상의 조직만 되어도 엉덩이가 무겁기 마련입니다. 여러 부서, 팀이 생기고 중간관리자가 생기기에 독단적인 결정이 힘들어지죠. 조직의 엉덩이가 조금만 커져도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과 관료주의로 인해 대응 속도가 떨어지기 쉽습니다.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런 심플한 의사결정 구조와 유연성이 관건인 것입니다. 핸디즈는 생활형 숙박시설 위탁 운영으로 사업을 전환하며 큰 성장을 이뤘고 숙박시설 1등 운영사로서 위치를 권고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조직일수록 고객과 시장 니즈 변화를 지속적으로 인지하고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실행에 옮기는 의사결정 구조와 실행력을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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