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1 중요
[동사]
1. 손으로 움키고 놓지 않다.
2. 붙들어 손에 넣다.
3. 짐승을 죽이다.
[유의어] 어림짐작하다, 장악하다, 넣다
엊그제 근무하다 문득 깨달은 건데, 간호사들은 '잡다'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글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네. '잡는다'라는 단어 특유의 어쩐지 간절하고, 처량한 속성이 묻어있어서일까 아니면 갑자기 좀 위화감이 들어서인가.
'라인을 잡다. 누가 퇴사 각을 보다가 수쌤한테 잡혔다. 보호자가 환자분을 며칠만 더 잡아달라더라.
염증 수치가 슬슬 잡혀간다. 신규를 쥐 잡듯이 잡... 아 이건 아닌가?ㅋㅋ'
이런 잡다한 일들에도 이 '잡다'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아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엊그제 기관 삽관한 채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계신 의식이 있으신 환자를 맡게 되었는데, 첫 사정으로 근력 사정을 하려고 양팔의 억제대를 풀러 드렸었거든. 근데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대로 내 손을 잡으시는 거야. 마치 내가 그분 손을 잡으러 온 것처럼, 그 환자분도 나를 기다렸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꼭 잡은 손으로 전해진 체온이 어쩐지 새삼스레 뭉클했다. 그래서 스테이션에 돌아와서 곰곰이 복기해 보니 정말 많은 환자들이 그래 왔었다는 것에 이제야 생각이 가닿은 거야. 몇 시간 동안 불편하게 팔이 묶인 채로 계시다가 잠깐 풀어드린 건데 스트레칭도 아니고, 간지러운 곳을 긁는 곳도 아닌 처음 보는 간호사 손을 잡는 환자분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게 놀랍더라고.
나는 부끄럽지만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거지. 그러고 나니 어쩐지 조금 울렁거렸던 것 같아.
결국 끝내 생각이 도착한 곳은 어디냐면, 조금 부끄럽지만 어차피 이건 너에게만 하는 얘기니까 그대로 적을게.
내가 그들에게 꼭 잡고 버틸 수 있는 어떤 지지대 같은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그리고 나도 내 양손을 기꺼이 포개어 언제라도 그들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거였어.
그런 낯간지러운 얘기를 나 스스로 앞으로도 잊지 않았으면 해서, 이렇게 짧게나마 기록해 두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