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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J Aug 18. 2024

예선전_비보이의 오열, 콜롬비아

사건 사고의 끝, DJ와 MC 그리고 비보이 모두가 부둥켜안고 오열

오랜만에 편안한 주말을 즐길 수 있어던 이유는 모객이 확실한 장소를 미리 확정 지어서 이다.

장소는 "Plaza del Jubileo"로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광장으로 1992년 미국 발견 500주년 기념으로 건축가 Konrad Brunner의 작품이다.

대표적인 랜드마크에 약 1,500명 ~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광장으로 베네수엘라 예선전에서 했던 야외 페스티벌을 연출하면 분명 성공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 출처 :  엘리케구스만 >
< 비보이 챔피언쉽 브랜딩 시안 예시 >

콜롬비아 현지 미디어 (방송, 라디오, 소셜채널 등)과 협의된 행사 날짜 2009년 6월 17일.

D-7일, 청천벽력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소식이 현지 에이젼시 (Key People) 디렉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약되어 있던 행사장 "Plaza del Jubileo"에서 큰 사건이 벌여져서 행사장을 폐쇄한다는 것이다. 그 사건이 마약 거래 사건인지 반정부군의 이슈인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었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듯했고 손끝과 뒷목이 찌릿찌릿 저려오는 듯했다. 현지 에이젼시 대표이사한테 바로 전화를 했다. 행사장 최고 책임자를 지금 만나야겠다고. 그다음 날 나는 에이젼시 대표이사와 함께 군 초소를 지나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찌든 담배냄새나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중년의 건장한 군 장교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직급은 알 수 없었으나 주변 병사들의 경례나 풍기는 분위기를 보아서 고위직임이 틀림이 없었다. 현지 에이젼시 대표가 통역을 하고 나는 열심히 대회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포인트는 2가지였다. 이 건 국가 단위의 대회가 아닌 중남미 7개국 대회이다. 그리고 콜롬비아 비보이들은 이미 실력이 검증되어 있어 해외에 콜롬비아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고 말미에 조심스럽게 협박(?)을 더했다. 어떤 사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미 콜롬비아 매체뿐만 아니라 중남미 팬(Pan) 미디어에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될까 봐 걱정이 된다라고.


그 고위직의 군장교한테 요런(?) 협박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냥 웃으며 담배 한 대 맛있게 필뿐이었다. 그러다 비보이 대회 홍보 영상과 브라질 예선전과 베네수엘라 예선전 모바일 영상을 보더니 표정이 달라졌다.

그러나, 어떠한 답도 못 들고 미팅은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틀 뒤, 기적이 일어났다. 콜롬비아 기관에서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형 공연장 "Downtown Majestic"을 거의 무상으로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대비를 위해 군 중대 규모 (약 50명 ~ 80명) 군인들이 보안을 맡아주는 것이었다.

< 비보이 챔피언쉽 브랜딩 >

행사 당일, 오후 3시도 되기 전에 일치감치 약 2,300여 명의 수용할 수 있는 모든 관람객이 다 찼다.

오후 4시부터 DJ Fresh와 Cool Fresh의 공연이 시작되었고 4시 30분부터 사전 선별을 통해 참여하게 된 16개 팀의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MC는 Black Star와 Alejandro Marin이 맡았고 치열한 접전 끝에 "MURDEROUZ CAMPEÓN" 크루가 우승하였다.

  MarínAledfjandro MarínAlejandro Marín

< 콜롬비아 비보이 토너먼트 결과 >


늦은 시간, 대회가 끝나고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십여 명의 비보이 크루와 MC Black Star와 Alejandro Marin은 그 열기를 이어갔으며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 또한 사건사고가 많아서였을까. 우리 모두는 한국식당을 찾았다. (*콜롬비아에도 한인식당이 4~5군데 된다.) 명가란 한인식당으로 간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곳에서 삼겹살과 함께 소주를 기울이며 한국의 주도(?)에 맞추어 가장 큰 형인 나를 필두로 소주 원샷에 고개 돌려먹는 꼰데의 진모를 보이며 시끌벅적 어울리며 놀았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건 모두가 에스파냐어 (스페인어)를 사용했는데 다 이해가 되었다. 역시 언어는 넌버벌(비언어)이 70, 버벌(언어)이 30인 것이 분명하다.

술자리의 마무리에서 소주의 탓인가. MC Black Star가 소주 글라스 한잔을 들으키더니 나한테 다가와 그 큰 덩치로 나를 껴안으며 오열을 한다. 이어 비보이들도 흐느낀다.

그가 한 말이 내가 지금까지 문화마케팅을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MC Black Star가 한 말을 직역하면, "John, 나는 내 평생에 이 친구들과 스테이지에서 비보이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올지 몰랐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운 최고의 날이었어. 정말 이제는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정말 고마워. 넌 우리의 은인이야."


십수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들이 그 순간이 그 장소가 가끔 생각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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