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기 반장 May 21. 2024

읽는 기쁨으로 가득한 남자가 추천하는 책

편성준, <읽는 기쁨>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목록’, ‘서울대 추천 도서 목록’ 같은 콘텐츠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추천하는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읽으면 분명 책을 또 사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사고 제목이 마음이 들어서 사고, 어떤 책은 표지가 예뻐 그래서 사고, 그렇게 내가 사놓고 아직도 못 읽은 책들이 1열 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1바퀴는 될 것이다.     


그럼에도 편성준 작가의 신간 <읽는 기쁨>을 또 사버리고 말았다. 세 가지 이유였다. 첫째, 좋아하는 작가이다. 좋아하는데 이유를 찾는 건 진짜로 좋아하지 않는 증거라고 누가 말했던가. 편성준 작가는 그냥 좋다.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둘째, 표지가 분홍색이다. 나의 두 번째 책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도 분홍색 표지인 데다 30대의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내용이라 개인적으로 야릇한 공감대가 있다. (책을 추천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내가 써버렸네.)     





셋째, 그의 ‘읽는 기쁨’을 나도 누린다면 연병장에 줄 세울 책들이 좀 더 빨리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읽는 기쁨>에 실린 51권의 추천 도서 중 절반 이상 취향이 겹친다는 저자의 페친 리뷰를 봤는데 내가 읽어본 책은 단 두 권밖에 없었다. (이렇게 독서 취향이 다르다고?)     


그동안 나는 이과, 공대, 군대, 유통으로 커리어를 이어오며 지극히 실용적인 독서를 추구했다. 그러다 돌연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다른 독서 취향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다. 저자가 추천해놓은 나머지 49권을 몽땅 사버리게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저자와 겹치는 책 두 권 중 유이월 작가의 <찬란한 타인들>은 앞서 리뷰한 적이 있으니 이번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내 인생에 세 번이나 읽은 책은 상당히 드문데 <이방인>이 그중 하나다.    

  

편성준 작가는 <이방인>을 “지나치게 솔직한 나머지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만을 원하게 된 한심한 인간의 최후에 관한 소설”이라고 소개하며 “문학적 아이러니요 실존적 모순이 아닐 수 없다”라고 평한다. 부조리에 관한 그의 생각을 더 듣고 싶었는데 독자의 읽는 기쁨을 앗아가지 않으려는 저자의 배려가 다소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방인>을 읽으며 ‘인간은 인간의 생각 밖에 존재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에 장례를 치르는 하루살이만큼이나 부조리한 존재가 바로 인간 아니겠는가. 그러니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부조리 또한 성립되는 것이다. 카뮈는 진실만을 좇다 영원한 이방인으로 산화한 뫼르소를 통해 그리스도를 그려냈다고 밝혔다. (나도 독자의 읽는 기쁨을 지켜주기 위해 여기까지만.)   

  

편성준 작가가 작정하고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이라고 추천하는데 어찌 버틸 재간이 있으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진심을 담아 유혹하는 나머지 49권을 놓고 임재범의 '고해'를 부르는 심정으로 외친다.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이전 14화 크리에이터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