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은 놀이터

경기보고 돈 벌고

by 구독함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농구장 알바는 신세계였다. 농구 경기를 코앞에서 보면서 외국인 선수와 하이파이브까지 할 수 있다. 일반 팬들은 비싼 좌석에 앉고 선수들과 스킨십을 하지만, 나는 돈까지 받으니 정말 '꿀'알바였다.

농구장 직접 촬영

1쿼터 스트레칭


웜업이란 본 게임에 뛰기 전에 몸의 근육이나 관적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운동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준비운동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농구장도 웜업이 필요하다. 프로농구 한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100여 명의 사람이 역할에 맞춰서 경기 준비를 해야 한다. 농구장 아르바이트생들은 팀 별 의자, 수건, 물, 수건 등을 비치하고 수량도 파악해 놓는다. 청소가 이미 되어있는 상태지만 혹시나 모르는 쓰레기가 있을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직무 특성상 비슷한 성비인 20~30대가 많이 근무를 했다. 일의 강도가 높지 않았기에 틈틈이 담소를 나눌 수도 있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 지금도 주는지 모르겠지만 아르바이트생들한테 도시락을 나눠줬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먹는 진수성찬 도시락은 노동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했다.


2쿼터 포지션 별 업무


처음 일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입장 시 티켓 발권이다. 모바일 티켓으로 입장하는 관중이 많기 때문에 기계를 바코드에 찍기만 하면 된다. 야구장, 축구장과 달리 농구장은 제한 물품이 적어 가방 검사도 철저히 하지 않았다.


티켓발권 말고도 마스코트 인형과 함께 이벤트를 진행 보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농구팬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겨주고자 참여를 유도하는 업무다.


또 경기장 내에서 관중석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업무도 있다. 보안 관리자가 있긴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도 중간중간 배치돼서 지정된 좌석이 아닌 다른 곳을 가려고 하거나 입장제한 구역을 제한하기도 한다. 안전 상의 문제가 생기면 보고도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는 십여 명. 관리자는 1명이다. 나는 알바 여러 명 있을 때 수량 미리 체크해 놓거나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면서 관리자의 눈길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력에 비해 빠르게 승진하면서 경기장 내 선수 출입문을 열고 닫아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도시락 먹은 기자회견 장소

3쿼터-메리트


다른 업무와 달리 경기도 코앞에서 마음껏 볼 수 있는 데다가 쿼터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가는데 감정표현이 외국인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면 하이파이브도 해주곤 했다. 영어 가방 끈이 짧은 탓에 '굿 플레이~' '판타스틱' 같은 짧은 영어로 화답하니 이를 드러낸 외국인 선수도 있었다. 내가 경기를 뛴 것도 아닌데 너무 가슴이 떨렸다.


반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분위기가 삭막해진다. 하이파이브는 커녕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외국인도 있었다.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들도 엄청 화가 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신속하게 문을 열고 닫아주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프로농구 특성상 농구공이나 농구팀 굿즈가 남을 수도 있다. 매 경기 남는 건 아니지만 상품을 수령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큰 메리트다. 수량이 넉넉하지 않아 여러 아르바이트생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데 경력과 관리자랑 얼마나 친하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 옷은 인기가 많아도 사인볼은 인기가 없었다.


4쿼터-든든한 지원군


첫인상과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은 수백 번 들어봤을 것이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적용된다. 조금만 눈에 띄어도 편하고 재밌는 일에 배치된다는 걸 농구장 알바를 하면서 느꼈다. 출입문 담당 업무를 맡고 난 후부터는 농구장 알바는 나에게 놀이터였다. 경기도 보고 선수들과 스킨십도 하는데 돈을 받는 일은 찾기 힘들 것이다.


축구 응원가 중에 "90분의 이야기는 전혀 와닿지 않아"라는 가사가 있다. 경기 전과 후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가장 먼저 슛 연습을 하는 선수도 있고 경기장 밖에서 누구보다 크게 응원하는 선수도 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황정민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고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 얻었을 뿐"이라는 소감이 화제가 됐다. 스포츠 선수가 빛나기 위해서는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지원이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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