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事 즉사 / 張維 (장유)
野水寒收漲 들 물은 차갑고 불어남을 그쳤는데
秋雲晚作陰 가을 구름이 저녁에 응달을 만들려고 하네
故園書未達 고향의 편지 아직도 오직 않으니
歸路夢頻尋 돌아가는 길 꿈에서 자주 찾는다네
蕭颯憐衰鬢 쓸쓸한 바람 부니 희끗희끗한 머리 가련한데
飛騰負壯心 나를 듯한 마음만은 웅대한 포부 지녔다네
千秋杜陵老 천추 동안 전해지는 시성 두보
異代許知音 다른 시대 사람이지만 벗으로 허락하려 하네
이 시는 천문, 지리, 의술, 병서 등에 능통했고, 李廷龜(이정구), 申欽(신흠), 李植(이식) 등과 더불어 조선 문학의 4 대가로 불리는 장유(張維,1587년-1638년)의 작품이다.
이 시의 제목은 ‘卽事(즉사)’이다. 제목을 해석하자면 ‘즉흥시’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들 물의 차가움과 가을 저물녘의 구름을 언급하며 시작하는 수련(首聯)은, 시를 읊는 시기가 가을임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을의 쓸쓸하고 고요한 정서를 도입하며, 시인이 처한 외로운 환경을 자연의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다.
함련(頷聯)에서는 ‘故園(고원)-歸路(귀로), 書(서)-夢(몽), 未達(미달)-頻尋(빈심)’등의 시어(詩語)를 위아래로 배치하여 대장(對仗)을 하고 있으며, 고향에서 온 편지가 아직 오지 않으니, 꿈속에서조차 귀향을 자주 갈망하며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서와 내면의 외로움을 드러낸다.
이 시의 진면목은 경련(頸聯)에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蕭颯(소삽)-飛騰(비등), 憐(련)-負(부), 衰鬢(쇠빈)-壯心(장심)’를 위아래로 배치하여 대장(對仗)을 만들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쓸쓸한 바람 속에서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해졌음을 느끼지만, 포부는 여전히 날아오를 듯함을 말하며, 위아래 句 내용의 대비적인 묘사를 보여준다. 여기서는 육체는 노쇠했지만, 정신과 이상은 꺾이지 않은 시인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련(尾聯)에서는 당나라의 시성 두보(杜甫)를 언급하며,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그를 마음의 벗으로 삼고자 한다. 이는 시를 통한 시공간을 초월한 교감을 의미하며, 문학에 대한 장유 자신의 자부심과 확신을 드러낸다.
결국, 이 시는 가을날 객지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현실이지만, 자신이 지닌 뜻을 항상 지키며, 시를 통해 시성(詩聖)인 두보(杜甫)와 정신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시인의 자신감 넘치는 마음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