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여행_1
산티아고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들릴 듯 말듯한 소리를 흘리면서 지나간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알듯 말 듯 들리지 않는 소리 없는 속삭임으로 속삭여주고 간다. 그것도 가끔씩. 바람이 전해주는 말이 가끔씩 지나치고 있는데 귀담을 짬도 없이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 휘둘리며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서 크게 숨을 쉬고자 하는 바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7월이 돼서야 그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우리는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이의 수첩의 희망 목록에, 또는 일생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의 최상단에 있는 소망 하나.
어떤 이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그것 하나.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와는 너무 멀리 있어 생각만 하고 있는 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는 멀리 떨어진 스페인의 길 산티아고 순례길이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어서 오라고, 그리고 같이 걸어보자고, 산티아고 길을"
산티아고 길이 우리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부르는 그 소리, 지치고 힘든 삶을 잠시 접어두고 와서 걸어보라고, 걸어보면서 너의 삶을 뒤돌아보라고,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를 얻어가라고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다정한 길이 부르는 초대의 속삭임을 우리는 확실히 듣게 되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서
7월 27일 아침편지 하단에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본 산티아고 순례 치유 여행을 가을이 접어드는 10월 초에 간다는 소식을 우리는 접했고 그 사실에 우리 가슴 한편에 접어둔 소망에 불씨가 던져지고 월요일 아침부터 가슴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 따스함이 전해지는 가운데 마음 저편에는 많은 걱정이 다시 그 따스해지는 기운을 차단이라 하듯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 갈 수 있을까? 아직 2달이 남았는데"
" 가고는 싶은데 걸을 수 있을까?"
"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지? "
" 이번 좋은 기회는 가야 하나?"
" 이전처럼 좋은 기회는 잘 오지 않을 것 같은데"
" 2주간의 휴가를 어떻게 내지?"
" 가족들과 같이 가야 하나?"
많은 생각을 오고 같지만 현재 업무로 봐서는 쉽지는 않을 것 같고 산티아고 길을 지금까지의 회사생활과
앞으로는 나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혼자 걷고 싶은 생각이었다. 과연 아내의 허락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2-3일이 지나가고 있어서 퇴근 후에 아내에게 나에게 2주일간의 시간을 줄 수 있냐고 나 혼자 여행을 가서 생각하며 걷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일로 여름휴가도 변변히 갔다 오지 못했는데 특히 이번 여름휴가도 가지를 못했는데... 그런데 전혀 뜻밖의 대답. 쿨하게 갔다 오라고 그리고 많이 생각하고 오라고, ~~~~ 할렐루야!
아내의 쿨한 허락을 받고 이제는 신청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데?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데, 그리고 참가 목적과 자기소개도 해야 하는데, 어떤 내용을 담아야 선발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을 여행 동기, 내가 산티아고 길을 왜 걸어야 하는 가에 대해 틈틈이 생각하면서 하루 이틀이 흘러 벌써 금요일.
금요일 아침부터 출근하면서 오늘은 업무를 빨리 마무리하고 지원서를 써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 머릿속에
1순위로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이게 웬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 따라 업무는 밀려들고 다들 불금이라고 하는 금요일애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지 못하고 결국은 금요일 밤까지 연속되는 회의로 벌써 밤 8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회의도 하는 둥 마는 둥 머릿속은 온통 여행 신청서만 가득 차고 길어지는 미팅을 기다리지 못해 회의 중에 문명의 기기,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인적사항을 포함한 관련 사항을 입력하고 미팅이 끝나자마자 퇴근도 하지 못하고 휴대폰의 조악한 입력도구를 이용하여 여행 동기와 모든 것을 정신없이 입력하고 있었다.
무슨 내용을 입력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침지기들이 신청서를 보고 오직 나를 산티아고로 불러 달라는 진심을 듬뿍듬뿍 담아서 여행 목적과 자기소개를 정신없이 입력하고 거의 밤 10시 정도가 다 되어 '제출'버튼을 누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화살이 활시위를 떠났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수능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심정으로 아무에게도 여행을 가기 위해 신청을 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직 그것은 아내만이 알고 있었다. 왜 부정 탈까 봐...
하루하루가 가면서 최종 여행자 70여 명은 언제 발표할지 모르면서 무더운 여름. 휴가도 가지 않은 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오전 10시가 되기 전 휴대폰으로 문자 1통, 모르는 번호인데 내요을 확인하니 산티아고 치유 여행에 선정되었다는 초대장!!!
'야 호'라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얼굴에 웃음기가 돌고 괜히 실없이 웃는다.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웃으면서 보낸 하루의 기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제주 올렛 길을 기안하신 서명숙 님의 책에서 산티아고의 길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고 그 후 고엘류의 책에서, 그 후 여러 번 산티아고 길을 듣고 머릿속과 가슴속에 스며든 산티아고는 조용히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부터 불어오는 더운 바람부터 내 귀에 속삭이는 소리,
그 소리가 분명히 들리지 않는 들릴 듯 말듯한 속삭임이 계속 반복해서 들렸고 마침내 그 소리의 정체는
스페인 산티아고로 오라는 초대의 속삭임이었다.
어서 와라! 산티아고로
걸어봐라! 그 오랜 된 길을
보아라! 그 길의 처음과 끝을
가봐라! 끝까지.
한 번도 갈 생각이 없던 나라, 스페인
단지 산티아고의 길이 매우 길다는 것과 한 번쯤은 걸어봐야지 하는 생각, 얼마나 좋은 길이길래 2천 년 동안
많은 순례자들이 인생의 선배들이 걸었던 길인데 나에게도 40대 후반의 나이에 이런 기회가, 이런 행운이 갑자기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에게 이런 행운이 조용히 바람결에 속삭이듯이 스치더니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나의 삶 속에서....
문득 이런 노래가 들리는 듯했다
길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 , 그 음성 부드러워
간절히 오라고 부르는 소리 , 우리는 지체하랴
산티아고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체 하려나
문 앞에 나와서 사면을 보며 우리를 기다리네
세월이 살같이 빠르게 지나 삶이 힘들고 지치고
세상의 근심이 너와 내 앞에 둘리며 가리네
나를 위하여 예비해두신 걸어야 할 길이 있어
이 힘든 세상을 걷게 될 때 잠시 산티아고로 오라 하네
오라 오라 방황치 말고, 걱정하지 말고 오라
힘들고 지친 자들아 산티아고로 오라 그리고 묵묵히 걸으라
우리는 산티아고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부름에 이끌려 몸과 마음이 어느새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