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 8일 차_트리니다드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 정호승 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 > 중에서 -
까마구웨이의 아침이 밝았다. 호텔이 도심 중심가라서 인지 아침부터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꽤 시끄럽다. 물론 번화가에 자리 잡고 객실이 2층이라서인지 아침이 다른 곳보다 조용하지는 않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은 호텔 5층에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호텔이 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저녁에는 일몰을, 아침에는 일출을 보기에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 호텔에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일몰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있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서니 어제저녁과는 달리 시야가 확 트인 창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큰 창문 주위로 주변의 모든 건물에 한눈에 들어온다. 가깝게는 호텔 앞의 상가 골목이 자그마하게 보이고 먼 곳에는 십자가 첨탑으로 보이기도 하고 솔레다드 교회 건물도 너무 가깝게 보인다. 날씨가 말고 공기가 깨끗하게 보여 아침식사보다 아침 풍광이 우리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기분이다. 식사는 덤이고 오히려 식당 창문 주변으로 주변 풍광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메인으로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론리플래닛에서 선정한 관광도시인 트리니다드로 이동한다. 오늘도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 버스로 약 4시간 260km를 서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늘은 여행의 8일 차, 딱 절반을 넘었다. 이제 쿠바가 약간은 익숙해서 먹는 것이나 자는 것도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호텔에서 하루 묵고 짐을 싸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짐을 어느 정도만 풀어야 다음 날 다시 싸는 것도 유리한지 알게 되었다.
까마구웨이를 벗어나는데 호세가 잠시 차를 세운다. 미안하다고 하면 어제 주유를 하지 못해서 아침에 한다고 한다. 잠시 주유를 하는 동안 창 밖을 보면 참 재미있는 풍광이 펼쳐진다. 기찻길 주변의 선로에는 말 한 마리가 풀을 뜯어먹고 있다. 작은 사거리에는 말이 끄는 마차가 앞에, 뒤에는 트럭이 그리고 뒤에는 트랙터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신호등이나 도로 선이 보이지 않는데 이들은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약속에 따라 길을 건넌다.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도로는 한산하지만 도로에 기름으로 다니는 차와 동물이 이끄는 마차와 사람이 이끄는 삐씨 택시가 같이 다닌다는 것이 참 보기 드문 광경이다. 그러나 여기 사람들은 그런 것이 당연하다. 색다른 것을 못 느끼는데 보는 사람만 재미있어하고 사진을 찍으니 말이다.
잠시 주유하는 사이 오늘 하루 마실 생수를 사 가지고 차 냉장고에 보충한다. 실제 마트에 가더라도 생수를 사기가 쉽지 않아 이렇게 주요하거나 정차하는 곳에서 물을 사서 보충해야 한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반드시 물을 사서 먹어야 하고 물을 살 수 있을 때 사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어디에서든 살 수 있고 차가운 생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역시 필라르 형님이 마트용 장바구니에다 물을 담아가지고 오신다. 이제는 동생인 내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어젯밤 음악회의 후기를 나누게 되었다. 물론 어제 클래식을 즐기러 나온 분들이 꽤 있었다. 로이스를 포함한 5분의 누님과 두 아들을 거느리고 나온 여왕벌, 우리 내외를 포함해서 반 이상이 어젯밤의 길거리 교향악단을 즐긴 후일담을 나누었다. 물론 그 이야기의 중심은 멋지게 생긴 교향악단의 지휘자의 외모였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끌 수 있게 생겨야 한다. 그런 사람이 멋진 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였으니 말로 해야 무엇하리. 그러는 사이 버스는 달리고 달려서 휴게소에 정차했다.
물론 쿠바의 고속도로는 사회주의 국가이어서 톨게이트의 통행료는 없다. 톨게이트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도 있고 없는 곳도 꽤 있다. 물론 도로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이번에 들른 휴게소는 특이하다. 족히 15m 이상 높은 야자나무가 높게 자란 것이 특징이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기보다는 뒤쪽에 보기 좋게 늘씬하게 키를 자랑하는 야자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렇게 큰 야자나무를 보기가 쉽지는 않다. 밑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을 향해 그 잎을 펼친 것이 큰 우산을 펼쳐놓은 것 같다.
버스를 타기 전에 해운님이 써 놓은 여행의 기착지를 보니 딱 중간을 가고 있었다. 여행도 이제 8일 차, 여행 일정표에도 5줄에서 딱 중간인 세 번째 줄 중간인 ‘트리니다드’였다. 버스는 그렇게 계속해서 달린다. 오늘따라 고속도로 주변으로 펼쳐진 사탕수수 밭과 푸른 하늘이 더 넓게 잘 보인다. 차에서 조는 것도 힘들었는지 트리니다드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한 두 분씩 잠에서 깨어나서 창 밖을 본다. 차창 밖으로 보인 하늘과 구름에 탄성을 질러댄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운전기사인 호세가 사탕수수 밭 옆에 차를 잠시 정차한다. 그리고는 사탕수수 밭으로 가서 가지를 꺾어 사탕수수를 먹을 수 있도록 꺾어서 하나씩 나누어 준다. 호세의 성의와 여러 호기심에서 길가에 있는 사탕수수를 꺾어 자연의 맛을 느껴본다. 호세는 참 멋있는 분이다.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먼저 내려서 승객들이 손을 잡아준다. 참 매너 있고 끼가 있는 멋있는 신사분이시다. 하루 종일 우리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데도 늘 표정이 밝고 활기차다.
멀리 선 언덕에 야자나무가 작게 늘어서는 것이 보이는가 하는 사이에 트리니다드에 입성했다. 이것을 입간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정표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보인다. 교회 탑처럼 생긴 것과 노란 벽에 ‘TRINIDAD DE CUBA’라고 쓰여 있다. 이제 트리니다드에 들어선 것이다. 버스는 어느 한적한 마을에 우리를 내려준다. 단층으로 된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고 멀리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길가로 늘어선 주택은 파스텔 톤으로 각기 다른 색으로 색칠되어 있다. 어느 한 집도 연이어 같은 색상으로 색칠한 집이 없다.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집주인의 취향인지는 모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 찍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집이 다 각기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보는 풍광은 전혀 달랐다. 식당 이름은 ‘Guitavra Mia’d이다. 밖에는 작고 아담은 시골 식당과 같았다. 안에 들어서고 우리 일행이 세팅된 좌석에 앉으니 안에는 정말로 아기자기하게 되어 있다. 식당 주인이 유명한 가수였다고 하는데 벽면에 빈틈이 없이 음악과 관련된 것으로 장식되어 있다. 한쪽 면은 음악과 관련된 포스터, 물론 거기에는 주인장의 젊은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면에는 쿠바와 여러 나라의 위스키와 작은 악기들의 모형물, 높은 음자리 표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메인 홀에는 여러 화려한 색깔로 색칠한 기타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모든 벽면이 이렇게 꾸며 놓은 것을 보니 주인장의 남다른 음악사랑과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인다. 중앙에는 오래된 나무로 된 피아노가 자리를 잡고 있고 태엽으로 감아주는 오래된 벽시계도 여러 개 걸려 있다. 첼로 형태에 나무에 와인을 꽂아 놓은 감각이 남다르다. 우리를 맞이하는 웰컴 칵테일도 색감이 특이하다. 하늘색을 띤 칵테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시게 끔 유혹을 한다. 곧이어 지는 애피타이저도 남다르게 작은 호박으로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럽게 내어준다. 메인 식사도 하얀 사각형 접시에 높은 음자리표가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조리된 고기에 전분으로 만든 것 같은 기타 모양의 장식이 꽂아 있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라서 누구나 먹기 전에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정말 음식 사진을 찍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오히려 관광객들의 마음을 알고서 음식을 만드는 것 같다. 디저트도 하얀 접시에 Cuba로 필기체로 써 놓고 과일을 반 잘라서 아이스크림을 넣어 내놓는다. 다른 점심 식사에 비해서 아주 만족한 듯하다. 여기에서는 기념으로 쿠바의 시가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쿠바가 시가로 유명한 것은 사실, 실제 쿠바에 도착해서 시가를 처음으로 만져본다. 일행 중에 담배를 피우는 분은 한 분밖에 없어 그 맛이 어떤지는 다들 궁금해한다. 기념이고 공짜라고 하니 다들 하나씩을 받아 들고서 좋아한다. 나도 기념으로 하나를 받고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냥 담배와 무엇이 다르길래 그리도 유명한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대도 다행이다, 먹는 거라면 참지 못하고 맛을 보았을 텐데. 먹지 못하는 것이라서 참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달러(Dollar)를 외국인 돈 쿡(CUC)을 환전해 준다고 한다. 그것도 호텔에서 달라대 쿡의 비율이 1:0.87이 공식 비율인데 1:1로 해준다고 한다. 식사를 하고 갑자기 식당이 환전소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쿠바 국민이 달러를 바꾸어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서울에서 달러를 바꾸어주는 것을 ‘암달러상’이라고 불렀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들이 외국을 나가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기에 환전소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전을 한다고 한다. 이런 방법이 쿠바 국민들이 달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식당 문을 나서니 강렬한 태양빛이 우리를 맞이한다. 다른 때보다 태양 빛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거리를 걷다 보니 거리가 전부 돌로 포장되어 있다. 그것도 크기가 일정한 돌이 아니라 각기 제각기 다른 돌들이 도로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골목만 그런지 알았는데 전 도로가 다 그랬다. 실제 이 도로 위를 차로 달리기에는 부적합할 것 같다. 돌의 들쭉날쭉한 면이 차가 제대로 다니지 못하게 하거나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될 것 같다. 실제 이렇게 도로에 돌을 깔아 놓은 것이 지나가는 소나기나 우기 때에 물 빠짐이 좋다고 한다. 여기에는 슬픈 역사가 있다. 트리니다드 도로에 깔려 있는 돌들은 바로 스페인에서 왔다고 한다. 쿠바에서 얻은 설탕과 여러 식민 지역에서 얻은 귀한 자원을 싣고 스페인으로 가지고 갔다가 쿠바로 돌아올 때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돌을 싣고 왔다고 한다. 그 돌을 배가 도착하는 트리니다드에 하역하고 그 돌을 이 곳에 깔아 놓은 것이다. 이 돌은 스페인에서 가지고 왔고 그 돌들은 이곳의 원주민이나 노예들로 의해 도로에 하나씩 깔아졌을 것이다.
트리니다드는 도시의 중심이 마요르 광장으로 통한다. 마요르(Mayor)를 중심으로 방사 형태로 길이 나 있다. 골목길이라고 하기에는 좀 넓지만 버스가 한 대 지나가는 정도의 좁은 길이다. 광장 주면에는 성 트리니다드 교회와 로만틱 박물관을 비롯한 큰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 건물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사탕수수로 부자가 된 부호들의 저택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먼저 들어간 곳은 사탕수수 부자인 ‘칸테로’ 개인 저택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자의 대저택답게 출입문이 어마어마하다. 원래 부자들의 저택들은 대문부터 크게 만들어 놓는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1층에는 그 당시 사용하던 물건들과 식민지 시절부터 사용하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 노예들이 어떻게 취급을 받았는지에 대한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 곳에 들어온 이유는 트리니다드 전 지역을 보기 위해 전망대로 향했다. 좁고 경사가 급한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전망대에 오르게 된다.
전망대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트리니다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멀리로는 산 능선과 하얀 구름이 걸려 있고 한쪽으로는 카리브해의 바다가 보일 정도로 이곳의 전망은 뛰어나다. 가깝게 주변을 둘러보면 붉은색의 기와로 되어 있는 크고 작은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여기의 상징처럼 보이는 산 프리시스꼬 교회의 종탑이 보인다. 탁 트인 전망대이라 도심의 배경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하나의 장면이 된다. 그리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에 바쁘다. 좋은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풍광만큼 풍요하게 해주는 것 같다.
역사박물관에서 나오니 골목길의 중앙에는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모르지만 도로 중간에 물이 흐른다. 실제 도로 중앙이 가장 낮게 되어 있어 중간으로 물이 흐른다. 조금 걷다 보니 작은 골목길에 노점 시장이 보인다. 여기는 tvN의 ‘트래블러’에서 나온 기념품을 팔던 시장이다. 류준열이 입었던 하얀색의 상의도 여기서 샀던 것인데, 입고 초입에는 TV 방송에 나왔던 상인도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우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 골목길 전체가 기념품을 여러 물건을 팔고 있다. 한 곳에 머물 수가 없어 먼저 도시 전체를 돌아보고 각자 개인에게 개인 시간을 주기로 했다.
지나가다 보니 여기에서 한 번을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 이곳은 ‘라 깐찬차라’는 곳이다. 깐찬차라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특징이 흙으로 만든 토기 잔에 라임과 꿀을 넣은 뒤에 얼음과 럼을 넣어 만든 술이다. 여기서는 이 한 잔을 마셔야 된다고 한다.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에 한 잔씩 칵테일을 맛보았다. 약간은 쓴 맛, 럼의 맛이 많이 났다. 가이드가 전해주는 말이 잔에 들어 있는 사탕수수 스틱으로 저어서 마시라고 한다. 꿀이 바닥에 가라앉아 럼의 맛이 강하게 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노란 벽면에 토기 잔과 ‘Canchanchara’라고 적혀 있는 곳이 이곳의 Spot point라고 한다. 누구나 여기서 한 잔 마시면서 사진을 찍는 곳이란다. 다들 흥겨운 표정으로 한 잔씩 마시는 모습을 추억으로 남겼다.
오후 일정은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