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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무리 걷기

by 걷고 Jan 01. 2023

 아침 기온은 여전히 쌀쌀한 영하 4도. 지난주에 영하 14도를 체험하고 나니 영하 4도는 오히려 푸근하게 느껴진다. 만약 지난주에 추위로 인해 걷기를 포기했다면 오늘의 기온은 매우 차갑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같은 온도도 결코 같지 않다. 영하 14도를 영하 4도로 느낄 수도 있고, 영하 4도를 영하 14도로 느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삶을 살면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상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같은 스트레스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날씨, 스트레스, 삶의 굴곡은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삶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또는 반대로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삶의 고락은 상황이 만든 것이 아니고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자신에 의해 결정된다.           

 가끔 상황 탓을 하거나 타인 탓만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그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불만 속에서 살아간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상황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을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변화를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조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주관을 벗어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주변 상황이나 타인 탓하는 습관은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       


 길을 걷는 것은 자신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늘 안락한 집안에만 머물면서 또 평상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생활을 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변화는 일탈을 통해서 발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낯선 길을 낯선 사람들과 걸으며 자신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모습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자신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걸으며 삶의 굴곡을 체험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 길동무들의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길동무들에게 느끼는 감정들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길동무들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날씨의 변화를 체험하며 삶의 고락을 체험한다. 일상의 안락함을 벗어나면서 발생하는 모든 불편함은 우리 스승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일상 밖으로 던져버려야만 한다. 우리가 걷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자신을 자발적으로 던져버리는 행위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경기둘레길 49코스를 걷는다. 오늘 길을 걸으며 경기둘레길을 걸어온 과정을 잠시 돌이켜 본다. 카페 자료를 찾아보니 경기 둘레길을 처음 걸은 날이 5월 13일이다. 한 달에 3번 정도 걸었고, 그간 걸었던 길은 전체 구간의 약 절반 정도인 400km 이상 걸었다. 길 찾는데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 리딩을 하기 위해서는 참석자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매우 고맙게도 많은 분들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걸을 수 있었고, 앞으로 함께 완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통해서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 길동무들과 함께 무더위 속에서도, 강추위 속에서도, 빗속에서도, 바람 속에서도 걸었다. 날씨와 상관없이 또 코스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걷고 또 걸었다. 길을 걸으며 웃기도 했고, 힘들어 인상을 쓰기도 했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걷기도 했고, 불편한 마음을 안고 걷기도 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걷는데도 길을 찾아 헤매기도 했고, 그 헤매는 일이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왜 경기 둘레길을 택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860km라는 거리가 주는 친숙함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거리가 800km이다. 어쩌면 산티아고 블루가 찾아온 것일 수도 있다. 한번 다녀온 후에 다시 그 길을 걷고 싶다는 길에 대한 향수를 산티아고 블루라고 한다. 하지만 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와 비슷한 거리라도 걷고 싶었나 보다. 혼자 걷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함께 걷는 즐거움도 크다. 길동무들과 함께 걷고 싶어서 길치가 길 안내자를 자처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걷고 있다. 물론 가끔은 불편한 상황들도 마주쳤지만, 그 상황들을 마음공부의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때로는 잘 활용해서 삶의 활력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불편함에 매몰되어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또한 상황과 길동무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은 매우 큰 수확이다.       

 

 가끔은 한 주가 길게 느껴질 때도 있고, 마음이 혼란스럽고 시끄러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경기 둘레길을 걷는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길을 걸으면 혼란스러운 마음이 가라앉게 되고 편안해진다. 또한 길동무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며 지루하고 힘들었던 한 주에 대한 보상을 받기도 한다. 겉으로만 길 안내자이지 실은 참석자 모든 분들이 길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고, 나는 그들을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다. 가능하면 참석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고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리려 노력했지만, 과연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경기 둘레길이 끝나는 시점은 아마 2023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시작한 일이니 잘 마무리하고 싶다. 길동무들도 이 길을 걸으며 삶의 활력을 느끼고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회복하고 유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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