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결된 음악 이야기
도로시에게 생긴 신비로운 곳에서의 모험이 '오즈의 마법사'라면 이번은 앨리스에게 우연히 생긴 일입니다. 오즈의 마법사를 '위키드'와 함께 다루며 자연스럽게 함께 준비한 내용. 토끼굴을 따라 만난 이상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본명은 찰스 도지슨이고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 '앨리스 리델'이라는 실존 인물을 위해 만든 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앨리스 리델에게 선물한 초기 제목은 '앨리스의 땅 속 모험(Alice's Adventures Under Ground)'으로 '여름날 추억 속 아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코멘트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주변 인물이 모티브가 된 캐릭터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이야기 속 도도새는 평소 '도..도..'하는 말버릇을 가진 지은이 도지슨 자신을 반영한 것이라네요.
우리가 '앨리스'를 듣고 금방 떠올리게 되는 금발의 파란 치마를 입은 소녀의 모습은 소설 삽화를 맡았던 '존 테니얼'의 그림과 1951년 소개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큽니다. 디즈니의 힘일까요, 소설은 딱히 보지 않았더라도 애니메이션이나 관련 캐릭터들이 떠오르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함이 살아 있었던 2010년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텐데, 이 역시 디즈니 제작입니다.
워낙 유명해 지금까지의 내용은 익숙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죠.
이상한 나라의 입구는 험했죠
숨을 헐떡이며 저는 도착했죠
빙글빙글 꽃들 춤추는
우당탕탕 토끼들 싸우는
Huff n Puff 숨이 헉헉
뛰어봐도 내가 작아서
폴짝 뛰어 나무를 타고
세상을 둘러봤죠
Huff n Puff, 레드벨벳 (뮤뱅 컴백 스테이지)
'레드벨벳(Red Velvet)'의 2015년 앨범 'The Red'에 수록된 'Huff n Puff'는 꿈의 나라에서 놀다 현실로 돌아온다는 내용의 가사를 가진, 앨리스가 모티브인 노래입니다.
이처럼 앨리스를 연상할 수 있는 내용을 직접 다루거나, 배경이나 캐릭터 등의 전반적인 세계관에 컨셉을 반영하기도 하고, '~(나라)의 앨리스' 또는 '~ 이상한 나라'와 같이 제목에 일부를 차용하는 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영향을 받은 문화 컨텐츠는 셀 수 없습니다.
'역시나 갑자기 봄이네요'에서도 소개한 2010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선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이 직접 등장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선 앨리스가 소설 속에서 말하는 흰 토끼를 따라 간 것처럼 주인공 네오가 화면 속의 '흰 토끼를 따라가라(Follow the white rabbit)'는 메시지를 보고 토끼 문신을 한 여인을 쫓아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배우 이정현에게 1996년 '꽃잎'으로 대종상에서 수상한 이후 거의 20년 만에 2015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의 잔혹극의 제목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2016년 SBS MTV가 방영 중인 '러블리즈'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목 역시 '이상한 나라의 러블리즈'입니다. '윤상'의 음악 이야기를 하며 '캔디 젤리 러브'를 소개했었는데, 이번엔 러블리즈의 'Ah-Choo'입니다. 시선의 움직임이나 소품 등을 보며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 K-pop 아이돌 MV를 찍으면 비슷하려나 생각도 잠시 해 본, 그런 동화 같은 느낌 때문인지 이번 테마에 꽤 어울린다고 생각한 MV이기도 합니다.
Ah Choo
널 보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너만 보면 해주고픈 얘기가 참 많아
나의 입술이
너무 간지러워 참기가 힘들어
Ah-Choo, LOVELYZ(러블리즈)
원작 소설 속 여기저기엔 단순한 유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앨리스만의 재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 수학자 출신이라 그런지 한편으론 복잡해보이기도 하죠. 앨리스의 컨셉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지를 이야기할 땐 이러한 부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살렸는지도 중요한 부분이 되곤 합니다.
원작 이야기 중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를 보고 말한 'Was it a cat I saw?'는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은 문장(회문)으로 앨리스 특유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예전 김희선 주연의 국내 드라마 '토마토'에서도 주인공이 이런 말장난을 에피소드로 담아내기도 하고 가수 '이효리' 역시 그렇구요. 노래 중에는 제목부터 이런 부분을 잘 살린 '슈퍼주니어- T'의 '로꾸꺼'가 있겠네요. '슈퍼주니어-T'는 '슈퍼주니어'의 트로트 유닛인데,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 이런 요소들을 포함해 유닛이 표현하고자 했던 팀 색깔을 더욱 잘 나타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걸 거꾸로 로꾸거
나갔다오나 나오다갔나
아들 딸이 다컸다 이 딸들아
다 같은 별은 별은 같다
자꾸만 꿈만 꾸자
로꾸꺼!!!, Super Junior-T
앨리스를 제목이 차용한 노래를 가진, 그리고 마치 시리즈 예고 편과도 같은 노래를 만든 음악인으로 마무리합니다. '푸른하늘' 시절 '오렌지 나라의 앨리스'란 곡을 소개했던, '유영석'의 'WHITE'란 곡입니다. 가사를 차근히 들어보면 이래서 그렇군 싶으실 거예요. 그가 이끌던 '푸른하늘'이라던지 '사랑 그대로의 사랑'과 같은 그의 음악은 익숙하진 않지만 음악예능 '복면가왕'을 통해 오히려 친숙한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
오즈의 성을 찾아 나서는
모험의 꿈을 타고 무지개를 건너
베일에 싸인 마녀 조차
얻지 못한 신비의 힘으로
마법에 묶인 사람들 자유롭게 해
화이트 1998 Live, W.H.I.T.E (유영석)
'오즈의 마법사'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들의 영향을 받은 더 다양한 컨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정리하며 조만간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한 '피터팬' 등의 다른 이야기들에 대한 내용도 꼭 준비해 소개하겠습니다.
+ 매거진 '그림이 있는 동네 음악 감상실'은 디자이너 '수퍼김밥'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