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번다는 것 벌지 못하는 것

대체 얼마만큼 벌어야 잘 버는 사람이 될까

by 풍요

돈을 많이 번다는 것 벌지 못하는 것

대체 얼마만큼 벌어야 잘 버는 사람이 될까



가만히 생각해 보자. 살면서 돈이 많았던 적이 있던가? 29살의 끝자락에서 남들이 흔히 말하는 결혼 자금조차 넉넉하게 모아놓지 못한 내가 평범한 것일까? 모자란 것일까? 마치 30살에는 몇 천만 원의 목돈은 반드시 모아야 하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목돈 모으기에 목숨을 건다. 딱히 돈을 모으는 목적이 뚜렷하게 있는 것도 아닌데, 친구들과 나는 올해는 얼마 못 모았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기 바쁘다. 취업과 결혼에 쫓겨왔듯이 모은 돈의 양도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책정된다.


이직하고 나서 수입이 확 줄었다. 신입이다 보니 퇴직금도 다시 처음부터 갱신이다. 학자금 융자를 다 갚고 나니 돈을 모아야 한다. 도대체 나는 언제쯤 많이 벌어 많이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살면서 많이 버는 것보다 조금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모으기만 하니 재미가 없다. 남들 다 하는 해외여행이나 비싼 가방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그럼에도 나는 소소한 쇼핑으로 마음을 달랜다. 혹시나 내가 퇴사한다면, 지금 모은 돈을 생활비로 쓰겠다는 강렬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나보다 잘 버는 친구들이 많다. 나보다 잘 버는 친구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일이 불안하고 그래서 욜로족처럼 돈을 쓸 수 없는 인생. 이십 대 끝자락에 왔어도 변한 건 없다. 꾸준히 버는 것만이 답인 듯 오늘도 회사로 출근한다.




2020년에 덧붙이는 이야기

본문 중 '그럼에도 나는 소소한 쇼핑으로 마음을 달랜다. 혹시나 내가 퇴사한다면, 지금 모은 돈을 생활비로 쓰겠다는 강렬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얼마나 강렬했으면 지금 정말로 그렇게 살고 있다. 역시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나 보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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