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를 수급하러 무장하고 나갑니다
저녁 6시 30분. 어김없이 “야옹~” 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 손님들이 찾아온다.
똑 닮은 코리안 숏헤어 두 마리가 밥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은 동대문에 다녀오느라 공방 문을 늦게 열어 손님이 저녁에야 찾아왔다. 이 녀석들을 봐야 왠지 하루가 위안받는 기분이다. 선물 받은 고양이 낚싯대와 한참 놀던 고양이 두 마리는 발소리도 없이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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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동안 가지 못했던 동대문종합시장에 갔다. 샘플 작업에 사야 할 재료들이 너무 많았다. 마스크와 항균티슈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동대문종합시장(이하 동대문시장) 내부에 도착해보니 확실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평일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예전보다 드문드문 보였다. 우한 폐렴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장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재료 목록을 열심히 체크해가며 물건을 구매해갔다.
동대문 시장의 상인들은 대다수 친절하다. 하지만 간혹 아닌 분도 있다. 가격을 후려치기 하는 상점도 있다. 초면인데 반말하는 분들에겐 나도 반말로 응대하여도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는데, 내가 물건을 팔 때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말았다. 상업용 미소가 기본적으로 탑재된 나에게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직에 특화된 인간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생 시절, 도서관이나 강의 보조 외에 대다수의 알바 경험은 물건을 파는 일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브랜드 의류매장에서 일할 때였다. 셔츠, 가디건, 바지 세트 코디를 모두 사갔던 손님. 운빨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 물건 파는 데 자신감이 생겨 여러 매장에 스카우트(?) 되기도 했다.
하지만 6년도 더 된 일이다. 지금도 그런 운빨이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감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좋을지 나쁠지는 해봐야 알 일이다.
동대문시장 5층에서 고양이 패턴 천과 지퍼 장식, 키링 장식을 구매했다. 1층에서는 장식 리본과 파이핑 리본을 B1층에서는 가방끈과 가방 부자재를 샀다. 향후를 대비해 상호명과 도매 단가 확인은 필수다. 동대문시장은 도매로 산다고 해도 소매가에 근접하기 때문에 남대문시장이나 온라인 마켓으로도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량 판매 목적이 아니기에 높은 단가의 소량 구매로 샘플 작업을 한다. 언젠가 도매 단가로만 구매할 날이 오겠지. 학수고대한다.
동대문 시장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나오면 식당가가 즐비해 있다. 길거리 음식도 많고 우리는 자주 가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왠지 평소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우리 너무 안전불감증인가..? 하지만 거리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이 불안을 잠재워준다. 우리 주변에는 열심히 살고, 살아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동대문에 오면 삶의 부단함을 항상 느끼고 돌아간다.
오늘 사온 재료로 길고양이를 닮은 에어팟 키링을 만들었다. 또한, 디자인 시안 작업 후 주문 제작한 풍요 에어팟 케이스도 도착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하리가 디자인한 고양이 캐릭터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 든다. 오늘 동대문 시장을 다녀오지 않았으면 작품 완성이 더뎠을 것이다. 역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것 같다. 풍요롭지만 부단할 수 있도록 오늘도 무언가를 만드는 풍요하리 제작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