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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Oct 24. 2020

온라인으로 함께 그림을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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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찾아온 위기를 실감하는 요즘. 일하는 공간이 언니와 단둘밖에 없는 작은 공방이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다른 사람들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을 것 같다. 이 생활이 반년 이상 지속 되면서 익숙해지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안 될 것 같아 뭔가 묘책을 찾아 나섰다.     


  기존에도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 종류가 더 다양해진 것 같다. 주제도 다양해서 모임 비용만 낸다면 어디든 참여할 수 있다. 나도 주제에 맞는 온라인 모임에 참여해보고자 여러 곳을 기웃거렸다. 다양한 곳이 정말 많았지만, 좀처럼 끌리는 곳은 없었다. 우선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부담됐다.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가격에 주춤하면서 찾았던 것 같다. 비용이 들더라도 좋은 모임이 있다면 들어봐야지 하며 좀 더 자세히 찾아봤다. 고민만 하며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결국, 나는 온라인 모임에 들어가지 못했다. 너무 낯선 사람들과 긴 기간을 호흡하며 소통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이런 모임을 운영만 해와서 직접 참여하며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색했다. 늘 모임을 조직해 강사를 섭외하고 운영하던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던 것이다. 왠지 어떤 모임에 들어가면 이렇게 저렇게 관여할 것 같은 직업병이 도질 것 같았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조금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미 운영하고 있던 오프라인 그림 동아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에는 직접 온라인으로 진행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작은 도전이 되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내가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미팅 프로그램을 바로 설치했다. 테스트를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대화가 줄어 오랫동안 알람이 꺼져 있던 그림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 글을 써 내려갔다. 오랫동안 전하지 못한 안부의 글과 함께 온라인 모임을 해보는 게 어떻냐는 공지를 올렸다. 10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모임. 성격도 잘 맞고 함께 잘 어울렸던 우리었기에 생각 외로 좋은 반응이었다. 갑작스러운 공지로 참여하지 못하는 동아리원도 있었지만, 모임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의 인원이 모여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온라인 모임 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모임 당일,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온라인 회의 방을 열었다. 늘 모임 장소에 먼저 도착하던 동아리원이 가장 먼저 회의실에 접속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모니터 상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밝은 표정으로 마주하는 우리는 생각보다 즐겁고 행복했다. 온라인이라도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인 것을 느꼈다. 이 어색한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 직접 마주 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두 시간 동안 5명이 함께 그림 그리기를 진행했다. 카메라로 다 담지 못하는 그림 실력,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 동안 모두가 성장하고 있었다. 한층 더 멋진 그림을 그려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윽고 그림 한 장을 완성했을 때 긴장이 풀려 조금 지쳤다. 마지막에 서로의 그림을 자랑하며 손을 흔들었다. 낯설고 힘들었지만 뿌듯한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내게 남아 있다.

     

  내친김에 나는 동아리원들과 온라인 전시회를 하자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주관 기관에 이 이야기를 전하고 허락을 받았다. 약 2주간의 시간, 개인당 두 점의 작품을 모아 스캔 및 보정하여 유튜브 업로드 동영상을 제작하는 작은 과제였다. 계획할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작품을 받기 위해 모이니 실감 나기 시작했다. 내가 작은 일을 저질렀구나 하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영상 편집을 하게 됐다. 동영상 편집이 말이 쉽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려고 한다.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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