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요 Oct 25. 2020

유튜브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19

  언니와 공방을 함께 운영하기 시작한 후로 다채로운 목표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뭣 모르는 초심자가 다 그렇듯 목표는 높았다. 각종 SNS 업로드하기, 블로그 및 브런치 글쓰기, 클라우드 펀딩하기,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진출하기 등. 그중 이건 꼭 해야 한다며 둘이 입을 모아 외쳤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유튜브다.     

  이미 결론이 보이는 것 같은 유튜브 영상 업로드는 별다른 준비 없이 바로 시작됐다. 공부도 없이 영상을 찍어봤다. 지금 생각해도 왜 이렇게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내용 없이 뭔가 만들기도 힘들 거다. 그때는 뭐라도 시작하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나, 그 결과는 당연히 참담했다. 갈피를 못 잡고 한동안 동영상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공방 콘텐츠라는 게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만들기 영상을 업로드하자니 오프라인에서 돈 주고 배우는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 된다. 맛보기로 올리는 건 콘텐츠로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럼 공방 일상 Vlog는? 아무도 안 봐줄 것 같다. 크고 잘 나가는 공방도 아니고 우리 일상이 극적으로 아름답지도 않다. 손 아프게 원단을 자르고 그림만 그리고 있으니 콘텐츠가 쉽사리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아무래도 우리 두 사람 머리에서 잘 될 것 같은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동영상에 대해서는 잠시 내려놓고 지내던 어느 날 작품 관련하여 영상 촬영 제의를 받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된 것이다. 비대면이 생활화되면서 공공기관도 온라인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어린이들을 위한 바느질 동영상 클래스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의뢰 기관의 요청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하고 열심히 패키지를 제작했다. 나는 초보 강사였기 때문에 미숙해 보이지 않도록 바느질 소품을 몇 개나 반복 제작하며 강의 순서를 숙지했다. 이윽고 촬영팀이 공방에 도착해 촬영을 시작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촬영 시간 동안 4개의 소품 만들기 강의 영상을 찍었다. 역시 영상은 아무나 찍는 게 아니었다.   

  

  영상 PD님은 그 시간 내내 서서 촬영을 했다. 보는 내 다리가 아픈 기분이었다. 강의 촬영하는 우리는 또 어땠는가.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다행히 얼굴 촬영이 이뤄지지 않아서 조금 덜 떨렸지만, 낯선 방식으로 혼자 말하면서 촬영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간에 버벅거리거나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최종 영상에서 잘 편집되었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언니와 번갈아 진행한 촬영은 둘 다 녹초가 되고 끝났다. 영상 촬영하고 만드는 것을 쉽게 봤던 걸 반성했다. 촬영 완성본을 보고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잘 편집되었고, 영상만 보고도 잘 만든 후기 사진을 보았을 때 보람이 느껴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들 열성적으로 바느질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웃음 짓기도 했다.     

  그 뒤로도 촬영은 이어졌다. 언니의 바느질 강의 촬영, 나의 그림책 낭독 촬영도 있었고, 내가 직접 그림 동아리 온라인 전시회 영상을 촬영하고 만들기도 했다. 모두 앞선 경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셀프 촬영을 진행하고 편집했을 때는 마음이 편했다. 내가 잘하지 못한 부분을 나만 볼 수 있어서였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영상 편집과 제작에 신이 나기도 했다.

     

  유튜브 운영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과는 다르다. 정확한 콘텐츠와 체계적인 영상 편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진출이 목표로 남아 있다. 부족한 실력을 갈고닦아 직접 찍고 만들 예정이다. 어쨌든 해봐야 아는 거니까.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그림을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이전 18화 온라인으로 함께 그림을 그려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