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77
51
책을 대여하고 나서야 TV드라마 종이달이 방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원작을 읽고 봤던 <더 체스트넛 맨>의 경험이 좋았어서 종이달도 시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드라마 종이달의 짧은 토막을 보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 각색이 생각보다 많아 보여서였다. <종이달>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케 했다. 차이점은 일본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에피소드인데 이제는 익숙해서 딴지를 걸지 않는 편이다.
52~74
독서 기록에 한 권으로 넣어야 할지 23권으로 넣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돌아보면 의미 없는 걱정일 게 뻔한데도 신경이 쓰였다. 최대한 합리적으로 결정했다. 앞으로 읽을 책 중에는 미완결도 있을 것이고 새롭게 추가되는 시리즈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중간에 편입하면 복잡할 것 같았다.
도서관을 어슬렁거릴 때마다 눈에 밟히던 책이다. 언젠가는 읽겠다고 눈길만 주고 지나쳤다. 5월은 올해 들어 가장 우울한 달이었다. 비소설을 읽어낼 의욕은 메말라 있었고 소설에 빠져들 활력도 없었다. 해리 포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거라도 읽자."라는 마음이었다.
해리 포터 영화를 몇 부까지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영화를 먼저보고 원작을 읽게 된 첫 경험이다.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까지는 천천히 읽었는데 스토리에 빠져들고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뒷부분 혼혈왕자와 죽음의 성물은 하루에 2권씩 읽어나갔다. 불사조 기사단과 혼혈왕자 사이가 살짝 지루했지만 대체적으로 훌륭했다. 명작은 명작이다.
마지막 권을 읽고 나서 산책에 나섰다. 나는 보통 산책 1시간 동안 5억 개의 생각을 하는데 그날만큼은 해리포터 생각뿐이었다. 삶의 즐거움이 고갈된 나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내가 해리 포터를 처음 알게 된 시기가 후반부 해리의 나이와 비슷한데, 지금은 해리의 부모 나이에 가깝다. 이런 독서 경험은 억지로 만들지 못한다. 하나의 스토리를 청년과 중년의 시각에서 읽는 경험이 특별한 감동을 주었다.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은 꼭 일어보길 추천한다. 읽기로 했다면 완독까지 스포일러에 주의해야 한다. 한두 마디 스포일러가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스토리다.
75
규칙적으로 어린이 코너를 이용한다. 얼마 전에 썼던 '역관절'도 이 책에서 얻은 지식이다. 과학과 역사 지식이 부족하다면 어린이 도서를 추천한다. 책을 고를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과학과 역사책은 '중간 수준'이 적다. 나의 상식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다. 어쨌든 난이도 이슈가 아니더라도 어린이 도서에는 성인 도서에서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성인의 시각에서 보는 재미도 있다.
76
저자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실망스러운 독서였다. 장점은 있었다. 잊고 지내던 격언과 각오를 떠오르게 했다. 작가가 강조한 '브랜딩'이 이 책을 낳았다는 이론은 설득력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원리도 작가의 '셀프 브랜딩'과 '퍼스널 브랜딩'의 영향력 탓이다. 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마음에 안 드는 이유를 분석함으로써 사고력의 확장을 경험했다.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려면 비판하고 싶은 작품을 읽지 않을 수 없다.
77
일본에서 55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라는 문구가 표지에 적혀있다. 55만이라는 숫자에 비해서 내용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청소년 추천도서 같은 판촉의 영향이 있었다고 추측한다. 저자는 교육자이다. 감수자의 말에 "일본색을 배제한 부분에 양해를 구한다."라는 언급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우주 업적을 칭송하는 뉘앙스가 많았다.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역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은 비슷한 향기를 풍긴다. 문제는 '그런 책'이 타국의 일반도서코너에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우리의 우주기술 서적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감수자도 그 부분을 안타까워했다. 우주 관련 지식은 책도 좋지만 유튜브 활용도 추천한다. 최근 한국어로 된 양질의 우주 콘텐츠가 많아졌다.
해리 포터를 독서 목록에 한 권으로 넣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이 또한 권수에 연연하는 탓이다. 어쨌든 77권까지 읽음으로써 독서가 특별한 활동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라면 근거 없이 기대했던 정신적 고양감이다. 책이 인생이며 독서가 삶의 전부라던 그들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일종의 '독서 오타쿠'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 오타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내가 하루종일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하더라도 그들처럼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추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