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42434445
41
부족한 역사 지식은 나의 콤플렉스 중 하나다. 의욕이 앞선 도서 선택은 배경지식 부족에 따른 고통과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대표적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그랬다. 역사 배경 지식이 부족해도 읽을만한 역사책을 찾기로 했다. 이 책의 서문에 전체적인 역사를 다루지 않는다고 쓰여있었고, 마크 피터슨 교수는 유튜브에서 봤던 인물이라 친숙하기도 했다.
내용이 어려운 책을 만나면 그것이 어째서 나에게 어려운지는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배경지식이 없으면 어디를 보완하고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배경을 검색하다 보면 알아야 할 배경지식의 양이 읽고 있는 책 보다 많음을 깨닫고 좌절한다. 이 책이 요구하는 배경지식은 '역사공부를 게을리한 한국인' 수준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내는 과정이 이런 것일까? 파편을 모으다 보면 무언가 보일 것이다.
42
펼쳐보지도 않고 고른 첫 번째 책이다. 얇은 책이어서 "어려워도 좀 참고 읽으면 되겠지!"라고 속단했다. 이 책은 희곡이었다! 내용도 혼돈의 카오스여서 읽는 도중 스스로를 자책했다. 계획한 도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첫 희곡을 읽었다. 언젠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어 볼 생각인데 예습이 되었기를 바란다. 실험문학으로 분류되며 2막으로 구성되었다. 작품 해설을 보면 작가도 고도가 뭔지 모른다. 그러니까 나도 알 턱이 없다.
주제넘게 분석을 해보자면, 책에서 말하는 고도는 우리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무엇이었다. 고도는 철학이자 이념이며 사랑이다. 또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다. 문학성이란 한 가지에 많은 것을 투사하여 독자로 하여금 다채로운 영감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게 이건가?
43
역사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써 어린이 도서를 골랐다. 배경지식의 뼈대가 갖춰지는 느낌이었다. 독서 선배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책을 무수히 읽었을 것이다. 어려서 읽은 위인전집을 독서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던데 본인이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다. 내가 볼 때 어려서 독서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책과 함께 성장한 사람은 자신의 배경지식을 과소평가하고 독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상식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잘난 척으로 오해를 받는 일을 종종 보았다.
44
기대가 컸는지 약간은 실망했다. 명작을 소화하기에는 나의 독서 경력이 부족한 것일까? 세계적인 필독서여서 작품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좀 무식하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2편이 있나?"라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였다. 어? 하면서 끝나버린다. 그래도 강렬한 몇 장면을 뇌리에 새긴 것을 보면 명작은 맞는 것 같다. 이 책은 나의 머릿속에서 <수레바퀴 아래서>, <위대한 개츠비>, <멋진 신세계>, <동물농장>과 같은 구역에 들어가 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읽을 때에는 재미가 없었지만 잘 잊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45
어쩌다 보니 세 번째 스티븐 킹이다. 그가 어떤 스타일의 작가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문화를 잘 모른다면 온전히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굉장히 많이 언급된다. 그럼에도 잘 읽히는 편이었다. 장르소설의 대가라고 말하기에는 재미보다 메시지가 강력했다. 미국의 일부 평론가들이 스티븐 킹의 문학성을 저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락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 대히트를 했던 탓일까? 전에 읽었던 <고도에서>도 그렇고 내가 생각하는 스티븐 킹은 문학작가에 가깝다. 다작을 한 작가를 바라보는 관점은 독자가 어떤 책을 읽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독서 4달 차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서 이틀에 한 권을 읽었다. 최근 읽는 속도가 더딘 것 같다. 권수에 연연하지 말자며 다짐하면서도 신경이 쓰인다. 늦게 시작한 독서는 열등감 탓도 있다. 조급함이 열등감의 증거임을 감안하면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조급함은 언제 사라질까? 500권? 1000권? 바로 권수를 들먹이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중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