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여든두 권째 -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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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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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헨드릭 하멜

하멜이 박연과 인연을 쌓았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하얀 피부는 조선에서도 미의 기준이었다고 한다. 서구 미디어의 영향으로 백인을 선호한다는 견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선조들은 백인을 '홍인'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책의 흐름은 아시아판 걸리버 여행기를 읽는 것 같았다. 부드럽지 않은 문장이 많았지만 쓰인 시대를 감안하면 납득할만했다. 얼마 전 브런치에 <조선에 관한 이색적인 기록>을 포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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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 이선경

책 초반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건망증 때문이 아니라 어휘력이 부족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읽으면서 설득당했다. 순우리말과 자주 쓰지 않는 표현, 그리고 기본적인 어휘에 주석을 달아 놓은 것이 특징이다. 주석 때문에 집중이 분산된 부분이 있다. 어휘가 중심이지만 저자의 철학이 와닿았다. 그리고 한국인의 비소설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구체적인 팁도 있었다. 예를 들어 형용사를 용언이 아니라 수식어로 활용할 때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를 "음식이 맛있었다."로 바꾸어 써보자는 노하우다. 수식어를 잘난 체하는 용도로 활용한다는 말에 정곡을 찔렸다. 글 쓰는 속도가 느린 이유는 줏대가 없어서라는 문장을 읽고 2~3일 동안 글을 못썼다. 나는 글쓰기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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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속성> - 김승호

선입견이 있었다. 돈에 관한 책은 자기 계발서 아니면 주식 부동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달랐다. 금융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사회 지배층은 피지배층이 글을 배우는 것을 경계했는데 현대에는 피지배층이 금융지식을 익히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필수 교육과정 속에 돈에 관한 배움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증거다. 돈보다 이상과 도덕을 강조한 교육의 이면에 기득권의 의도가 담긴 것 아닐까? 이 책은 철학 코너에 있어도 될 만큼 돈의 속성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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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화자의 시점이 챕터의 주인공에 따라서 변했다. 처음 접한 기법이 어색했다. 초반은 평범한 범죄 스릴러 흐름인데 나름의 반전이 있다. 비슷한 장르를 5권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반복되는 향기다. 짜임 있고 흥미롭지만 고전 문학에 비하면 뇌리에 남지 않는 편이다. 고전문학은 지루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있다. 탑 10이니 탑 3이니 하는 것도 일단 기억에 남아야 후보에 올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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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자기 계발서의 공통점을 보기 시작했다. 핵심 포인트는 하나인데 살을 붙인다. 곁가지로 활용하는 분야는 철학과 심리학이 많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꽤 있었다. 책 읽는 속도가 늘어난 게 아니고 아는 내용이 많아서 이해가 빨랐다. 어쩌면 자기 계발서의 클리셰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멀티 태스킹은 진짜가 아니다."라거나 "습관을 만드는 기간." 따위 말이다. 핵심 포인트는 훌륭했다. 자기 계발서 한 권에서 한 가지만 얻어도 큰 수확인 것 같다. 현재 나의 고민도 '원씽'으로 해소하는 중이다.




초반에 읽었던 책 내용이 상당수 증발했다. 지식이 쌓이기는 하는 걸까?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읽었어야 했을까? 어려서부터 독서를 해왔다면 이런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왜 독서를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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