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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Nov 02. 2023

15. 태국 치앙마이 - 요가와 고수풀

태국

하지만 사람은 생각하는 적응의 동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지만 피해야만 하는 것은 피해라! 모드로 돌입하게 되었다.


미세먼지를 막을 도리는 없지만 거기에 집중하는 대신,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하루에 두세 시간씩 요가 수련을 하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영화를 봤다. 마침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열정 가득한 밤부 선생님을 만나 요가에 더 푹 빠질 수 있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온몸이 아프고 땀범벅이 되는 시간들이 점점 쌓여갔다.

아침마다 요가를 꾸준히 할수록 수련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초반에 생각하던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은 점점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검색을 더 해보니 요가 강사 자격증 코스를 제공하는 스튜디오는 굉장히 많았다. 시간과 열정, 돈이 있으면 꼭 지금이 아니라도 되겠다 싶었다. 게다가 나라, 금액, 요가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내게 가장 맞는 수업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게 필요했. 하지만 아직은 그걸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지금은 매일 땀 흘리며 수련을 할 때다. 그렇게 생각의 매듭이 지어졌다.

동시에 이곳에 와서 요가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저녁에는 크고 작은 야시장을 배회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주전부리를 즐겼다. 이곳은 바로 태국. 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곳이 아니던가. 과일은 또 어떻고! 말이 필요 없다. 정말 후회 없이 과일을 많이 먹었다. 참고로 역시 과일은 마트보다는 시장에 가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 양손에 열대 과일을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은 그야말로 충만 그 자체였다.


팟타이, 까오쏘이, 촉촉한 치킨 요리, 똠얌꿍 누들, 다양한 채식 음식들, 족발덮밥, 무삥과 찹쌀밥, 코코넛 주스, 편의점 샌드위치, 맥주, 과일주스, 매일매일 두 개씩 먹던 코코넛 요구르트, 망고, 두리안, 망고스틴, 미니 파인애플, 수박, 파파야….


이 글을 쓰는데 꼬르륵 소리가 난다. 아, 태국 음식들은 정말 맛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첫 배낭여행으로 20일간 태국을 여행할 때 나는 현지식을 거의 먹지 못해서 스니커즈와 초콜릿으로 당을 채우며, 함께 간 친구 수진이 태국 현지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한입만 먹어볼래?"

"아니 난 괜찮아. 진짜 괜찮아.."

언젠가 읽은 글이 떠오른다. 우리는 젊은 시절,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특정 나이가 지나면 자신이 예전에 경험한 것으로 세계를 창조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열려있을 때 많은 경험을 해야 나중에 그것들이 어우러지면서 훗날 새로운 것들을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 뭐 그런 내용.


아주 작게 썬 고수 조각도 입에서 걸러 굳이 다 뱉어서 주변 사람들을 민망하게 하던 내가 이제는 거부감 없이 그 초록풀을 먹는 사람이 되었다. 조금 더 열린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 같아서 별 거 아닌데 괜히 뿌듯하다.



치앙마이에서 느낀 것 4가지:


나이가 들어도 요가하는 몸으로 살고 싶다.

작은 변화에도 감탄할 줄 알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태국 음식,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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