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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리 Oct 30. 2023

14. 태국 치앙마이 - 아쉽지만 아련한.

태국  

두 번째 목적지를 태국 치앙마이로 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태국.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지금 나를 길 위에 있게 한 출발점이었던 배낭여행지. 나는 태국을 사랑하게 됐다. 여러 도시 중에서도 치앙마이가 가장 좋았다. 그래서 그다음 해에 치앙마이에 가기 위해 치앙마이/라오스 배낭여행을 계획했을 만큼 치앙마이는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의 설렘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또 방콕보다는 훨씬 작고 조용한 곳이라 편안할 것 같았고 한 달 살기가 워낙 유행이다 보니 단기로 방을 렌트하기도 쉽다는 장점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물가도 저렴하고 요가 스튜디오도 곳곳에 많을 테니 다시 생각해도 안성맞춤인 장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음먹으면 고! 하고, 후회하지 않는 단순한 성격이고 적응 과정을 즐기는 편이라 조사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치앙마이 국제공항에 떨어졌다.


조용했던 내 기억 속의 치앙마이와는 다르게 관광객이 굉장히 많아서 조금 놀랐고 생각보다 더웠다. 오랜만에 만난 치앙마이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달 동안 살 숙소를 구하기 전, 임시로 며칠 동안 여행자 숙소에 머물렀다. 님만해민이라는 구역이었다. 카페도 많고 식당도 많고 쇼핑할 곳도 많은 관광지. 하지만 첫날부터 차에 치인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죽은 쥐를 보았고 그 이후에도 거의 이틀에 하루 걸러 로드킬 당한 비둘기를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길을 걷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게다가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으니 바로 미세먼지.

사실 미세먼지가 복병은 아니다. 2월에서 4월까지 치앙마이/치앙라이의 미세먼지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미세먼지 지수가 높다. 이미 악명 높은 미세먼지였는데, 나는 그 정도의 미세먼지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다. 정말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안개가 꼈나, 싶었는데 사람들이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닌다. 아직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초에도 치앙마이에서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콧구멍과 목이 점점 간질간질했. 도대체 이게 뭘까 싶어 미세먼지 지수 어플을 깔고 확인해 보니 400대는 진작에 넘었고 3월이 되자 700까지 수치가 치솟았다. 실제로 그즈음 치앙마이의 약국에는 성인용 미세먼지 필터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도 어려웠다. 파란 하늘은 물론, 바로 근처에 있는 산과 건물도 미세먼지 때문에 흐릿하게 보이거나 안 보일 때가 많았다. 한동안 이 모든  다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인들을 내 선택에 의해 겪어야 된다는 스트레스.

내가 한 가지 크게 오해했던 사실이 있었다. 내 스트레스의 100퍼센트는 일 때문이니 (그런 것 같으니) 일을 하지 않으면 반대급부로 내가 100퍼센트 충전이 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처럼. 나는 핸드폰이 아닌데 말이지.) 퇴사만 하면 스트레스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들 알고 있었고 나만 몰랐던 것 같기도 한데…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에게 100퍼센트 충전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언제나 존재했다. 그 원인이 다르고, 강도가 다를 뿐 일정량의 스트레스는 항상  함께  했다. 그 크고 작은 스트레스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것- 바로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때도, 안도감 혹은 편안함, 자존감이 올라갈 때도 있일련의 과정에서 성장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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