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책방 Jul 12. 2020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뭐라도 한다. 


‘나 정말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어!’

 남편에게 호소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집을 보고 있으면 꼭 내 마음상태와 다를 게 없다. 아이의 장난감이 여기저기에 있고 우리 세 식구의 짐이 늘어날 대로 늘어나. 쌓이고 있다. 빈 곳이 없다. 여백이 보이지 않아, 쉼표 하나 없는 것이 꼭 내 마음과 같다.      



집을 비우고 필요한 것만 구비해놓고 사는 미니멀리즘이 대세라곤 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과 함께 있으면 좋은 것들을 곁에 두며 사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짐이 없을 리도 없고, 많은 것들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 같이 살고 있으니, 한 사람분의 짐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난 정리라곤 제대로 깔끔하게 하지도 못한다. 틈틈이 보이는 대로 치우기는 하지만 종종 내 눈에서 안 보이면 그만이란 생각에 뒤죽박죽 다 넣기 바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내가 점점 마음이 답답해지고 집에 늘어나고 있는 짐이 꼭, 내 마음의 짐같이 느껴졌다. 마음속에 짐 꾸러미가 하나씩 쌓이는 기분이다. 이제는 내 눈앞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뭐라도 해야 했다. 

책상에 있는 것들을 치우고 버렸다. 의자를 뒤로 돌려서 보니 책장에 책이 가득한 게 보였다. 우리 집에 있는 내 책장은 하나고 여기에만 내 책을 보관하고 있다. 이 책장을 초과하면 처분하기로 오래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책장을 더 늘릴 계획은 없었다. 책이 이중 삼중으로 꽂혀 있는걸 보고 있으니. 가슴 속에도 이중, 삼중으로 짐 더미가 축적되어 밀려드는 것만 같았다, 다음날 남편과 내 책장을 정리를 시작했다. 아이 낮잠을 재우고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꺼냈고 남편은 그 책들을 훑어보면서 인덱스를 모두 떼고 내 포스트잇 메모가 있는지 확인했다. 정말 좋아했던 책이었지만, 점차 새로이 몰려오는 깨달음에 의해 취향이 바뀌어 더 이상 보지 않는 책이 많았다. 처분할지말지 확신이 서지 않아 끝까지 고민했던 책도 몇 권 있었다. 내년, 후년에도 더 이상 읽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들면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를 하며 책장에서 나온 책을 쌓아놓고 보니 50권 정도가 되었다. 밑줄 긋고 너덜너덜하고 더 이상 보지 않을 책은 버리기로 했다. 그 외에 깨끗하고 멀쩡한 책은 국립 중앙도서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지금 나에겐 필요 없는 책이지만 분명 다른 곳에서 쓸모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버릴 수도 없었던 책이었다.      



책 정리를 하면서 내 책장을 다시금 훑어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책에 둘러 쌓여 내 곁에 머물러 힘을 주는 책을 대강이라도 읽고 있으니 ‘정리한다’는 걸 잠시나마 잊고 흠뻑 빠져있었다. 그 중 지금의 나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었던 책이 있었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저자 팀 패리스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건강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게서 얻은 것을 노트에 적은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거인들의 여러 이야기가 나에게 많은 동기부여를 해 주기에 마음이 지칠 때 종종 꺼내어 읽는다. 이번에는 나발 라비칸트의 이야기가 새삼 제대로 꽂혀서 소개하고 싶다. 그는 스타트기업의 투자자, 구직자들을 위한 플랫품의 CEO이다. 

     


나발이 했던 말 중에 가장 와 닿는 말이 있다.

 “깨달음이란 우리가 하는 생각들 사이의 공간이다”      

매일 ‘나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누구든 일정 수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화려할 필요도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나 자신만 납득시킬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니 어딘가로 가지 못해, 무엇인가를 바꾸지 못해 두려워할 것도 불안해 할 것도 아니다. (p.265) 
<타이탄의 도구들> 팀 패리스 지음  




요즘 나는 스트레스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집안에 놓인 짐꾸러미처럼 쌓여서 마음에도 여백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하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만 했다.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눈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니 머릿속에 크나큰 느낌표가 하나 생겼다. 혼자 어딘가로 떠나 마음을 비우고 싶다고 한들 육아와 뗄 수 없는 지금 내 상황에선 쉽게 이뤄질 수 없었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서 부동산 앱을 켜서 시세를 본다고 한들 우리가 가진 조건에 내가 원하는 집으로 이사 가기엔 현실세계에선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에 필요한 것과 해결할 방법은 거창할 것 하나 없었다. 어쩌면 이미 나는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을 보는 프레임만 바꾸니 다르게 보였다. 좁아서 짐 놓을 곳이 없고, 짐이 많아져서 여유가 없고, 답답함에 마음까지 병에 걸린 것처럼,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보고 있었다. 별 거 아닌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풍선처럼 부풀어서 여백을 메꾸고 있다니 말이다.



깨끗한 박스 안에 기증할 책을 한 권씩 차곡차곡 넣었다. 잘 포장해서 택배로 보냈다. 시원해진 책장만큼이나 답답했던 내 가슴은 뻥 뚫린 듯이 개운했다.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진작할걸. 눈앞에 답답한 것들을 치우고 정리하면 그만이었다. 답답해서 터져버릴 것 같았던 울화통이 ‘정리’로 승화된 순간이다. 나는 지금 마음 청소를 하고 있다. 이걸 정리하고 치우고 버림으로 해서 마음까지도 후련해지면, 그걸로 그만이다.     




마음이 호소하는 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듣고 또 듣고만 있다 보니 문제에만 점점 더 귀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은 거창할 것 하나 없었다. 간단하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해버리면 된다. 이렇게 쉽게 정리될 것을 나는 어렵게 찾고 있었다니! 책장 정리로 마음에도 빈 곳이 만들어지고 여유가 생겼다.      

이전 04화 오늘도 품격있는 하루를 보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