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는 법을 배우자. 일부러라도 길을 잃어 보자. 당신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관찰해 보라, 이렇게 해 본 지 한참 됐을 가능성이 크다. 돌아갈 날짜가 점점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적어도 두 달 동안은 오래된 습관을 끊고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라. (p.253)
<나는 4시간만 일한다> 팀 패리스 지음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난, <나는 4시간만 일한다> 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저자는 일 년에 서너번 미니 은퇴를 권하고 있다. 단기간 휴가를 내서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닌,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나 익숙지 않은 곳에서 지내볼 것을 추천하고 있다. 물론 은퇴를 하기 해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장치를 잘 소개 해 놓고 여러 방법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지만 육아맘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내용은 없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저자인 팀 페리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앞서 나왔던 ‘타이탄의 도구들’을 몇 년 전에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내 일상에 적용하고 발전시키고 싶은 내용이 많아서, 책 귀퉁이를 계속 접고 야무지게 밑 줄치며 읽었었다. 그랬던 책의 저자이기 때문에 이 책이 궁금했었다. 두 번째로는 제목에 끌렸다. 4시간만 일한다니! 말도 안 되지만 육아도 그랬으면 했고 회사 다니면서 일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싶었다. 그런 희망찬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었다.
지금 내 상황에서 전혀 해당사항 없는 제목처럼 책이 주변을 겉돌았지만 이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내 책상과 책장에 쌓여 있다. 시간이 생기는 대로 어서 읽고 다른 새 책으로 넘어가서 읽고 싶은 욕심뿐이다. 요즘은 속도가 빠른 독서를 할 수가 없고, 내 감정과 비슷한 선으로 흘러가는 책을 만나면 읽고 또 읽고 있다. 예전의 내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팀 패리스가 하는 말이 곧 나에게 하는 말과 같이 느껴진다. 내 틈새 여유시간을 즐기는 대상인 책 읽기를 바탕에 두고 하는 것 같다. 예전의 습관과는 안녕을 고하고 천천히 읽으며 생각하며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만 같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 과정이 나 자신도 주목하지 않았던 마음의 소리가 날 움직이고 있었다. 육아맘이 최소한 일하고 원하는 대로 살라고 말하는 책을 읽고 있다니, 결과만 가지고 보면 예상도 못한 책이었다. 내 상황을 직시하고 나서 읽고 있으니, 이 또한 나를 위한 책같이 느껴진다.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책을 대하는 것부터 읽는 모든 과정을 살펴보니 지금 옆에 있는 책과 읽고 있는 책은 모두 내 모습의 조각들이었다. 내가 읽는 책이 바로 나! 인 셈이다.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를 때, 마음이 심란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될 때, 지금 책을 고르고 읽는 이 ‘마음’부터 찬찬히 봐야겠다. 책을 읽으며 나를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