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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Nov 28. 2021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계속해서 혼자일 수는 없다

예전엔 혼자가 좋았다. 세상은 원래 혼자 사는 거라며 혼자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대부분 혼자였다. 사람에게 여러 번 데이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에게 실망했었고, 거리를 두게 되다가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었다. 그렇게 지내는 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라고 믿었다.


요즘은 혼자 있고 싶어도 그게 잘 안 된다. 회사에 다니면 사무실에서 누군가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동료와 계속 소통해야 하고, 전화벨이 시시때때로 울리곤 한다. 혼자가 익숙한 나는 고요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갈구하곤 했었다.


그렇다고 밤에 고요하게 혼자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무하다. 밖에 혼자 돌아다니다가,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웃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마구 흔들리곤 한다.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옆에서 같이 봐주는 사람이 없을 때는 은근히 서글프다. 길에 혼자 서있으면 괜히 옆에 빈자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 허전하다. 분명히 감정적으로 느끼지만 애써 무시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내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곤 한다.


이런저런 회사에 인턴으로 다녀보며 취업준비를 할 때, 회사를 고르는 기준 중에 하나가 조직문화였다. 특히 정이 있고, 서로 끈끈하게 잘 지내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느냐가 나에겐 중요했다. 규모가 크면서 전국구로 뻗어있는 회사와 규모가 작고 지역 내에서만 활동하는 회사 중, 어느 곳을 중점적으로 지원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었다. 연봉, 업무량 등등 문화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을 따져보긴 했었지만, 조직문화가 내게 가장 중요했었다. 결국 규모가 작고 지역 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회사를 1순위로 정했고, 그런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했지만,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조직원들끼리 재미있게 잘 지내며 감정적으로 충만한 회사생활을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직접 다녀보며 느끼기로는 규모가 큰 전국구 회사보다는 규모가 작은,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회사가 조직원 간에 더욱 정이 많았다. 직원끼리 더 잘 챙겼고, 분위기가 더 밝았었다. 서로 잘 지내려 노력했고, 무언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갔었고, 단지 그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혼자가 좋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했었다. 삭막한 사회생활 속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한 공간에 모여 일만 하는 게 아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관심도 가지고 조언도 하고, 때로는 같이 고민을 나누거나 상사 욕을 할 수도 있는 친밀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사람 간의 관계가 행복한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믿었었다.


저번에는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기가 직원들끼리 서로 친밀하게 지내지 않았더라면 회사 다니기 엄청 힘들었을 거라고 얘기해줬었다. 나 또한 공감했다. 일을 하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서로 돕지 않았더라면 하루하루 일을 쳐내기가 버거웠을 것이다. 상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 기분 나쁜 소리를 할 때 공감해주지 않고 같이 욕해주지 않았더라면 남몰래 사직서를 제출하고 어느 날 갑자기 관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로가 의지하며 지냈기에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혼자 버티기 힘든 일이 살면서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혼자 버티기 힘든 나머지,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곤 한다. 쟤 왜 저러냐며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고, 도와줄 일이 있냐며 업무적으로 손을 거들기도 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아는 것 아닐까. 서로가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해결 못하는,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니 도움을 요청하라는 감정적 표현일지 모른다. 정을 나누는 조직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다고 결정한 것도 어쩌면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감정적 표현이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과연 나만 그런 사람일까 싶다.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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