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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Dec 05. 2022

하고픈 말을 꿀꺽 삼키곤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없어서, 상대방의 반응이 내 생각과 다를까 봐

직장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각자의 이익을 챙기느라 여유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사랑을 나눌 사람을 찾고, 서로에게 의지할 사람을 찾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바쁜 와중에도, 내 일을 쳐내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도, 이상하게 눈에 자꾸 밟히는 사람은 한두 명씩 있기 마련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은 못된다.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 도리어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근하게 친한 척하는 걸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편이다. 부끄러워하는 걸 티라도 낼 줄 알면, 그 마음을 알아보고 대신 상대방이 다가와줄 텐데 티를 낼 수 있는 능력도 없다. 남들의 눈에는 남한테 관심 없어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외로움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의지할 사람을 찾고, 누구에게든 언제나 다가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단지 실천을 잘하지 못할 뿐.


본래, 결이 맞는 사람끼리 잘 어울린다고 했던가. 나도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줄곧 찾아왔지만, 내 성격과 가치관이 좀 일반적이지 않은 탓인지, 결이 맞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아직 곁에 두질 못했다. 가끔씩 찾기는 했었는데, 매번 친해지질 못했다. 결이 같다고 착각했다가 멀어진 사람들도 있곤 했었는데,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더더욱 혼란스러워 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렇게 나이가 어리진 않은데, 아직 찾으려면 한참 남았나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결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찾기는 했지만, 아직 친해지지는 못한 상태이다. 상대방도 나에 대해 자신과 결이 맞다고 느낄지는 모르겠다. 평소 행실, 이따금씩 나누는 대화, 나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나와 잘 맞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사람도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결이 맞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냐, 어떤 걸 좋아하냐에 따라 각자만의 분위기를 풍긴다. 서로가 같은 가치관을 가지면 비슷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같은 취향을 가지면 비슷한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서로가 비슷하다는 걸 오감으로 확인하면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건 아니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은 살아가는 데 있어 강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런 안정감은 우리가 평온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고, 그러다 보니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을 계속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분위기가 맞다는 건 어느 정도 알겠는데,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잘 갖지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먼저 다가가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확신 없이 다가갔다가 여러 번 외면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럴까. 처음에는 나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고 다가갔는데, 알고 보니 별 관심 없고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상처가 축적되다 보니 이제는 확실한 관계만 추구하게 된 것 같다.


내가 결이 맞는 사람에게 원하는 건 크지 않다. 일 끝나고 같이 저녁 먹고 헤어지는 것, 서로가 좋아하고 관심 갖는 걸 함께 즐기는 정도의 관계면 충분하다. 너무 깊지 않게, 하지만 솔직하게 일상 속에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정도로 친하게 지내면 된다. 많은 걸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참 쉬운 게 하나 없다.


이런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직장 내에서 친구를 사귀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직장은 돈 벌러 가는 곳이고, 직원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한다고, 안 그러면 얼굴 붉힐 일만 많아진다고 나를 말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쉽기도 하고,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세상 살아가는 데, 의지할 사람을 찾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니. 주변에서 좋은 사람 찾는 걸 만류해도, 내 욕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명은 있지 않을까 싶어 오늘도 내일도 계속 희망을 품는다.


좋은 사람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와 여린 내 성격이 행동을 주저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조금씩 용기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친해지는 방법은 사실 단순한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힘들 뿐이다.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거나,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물어보며 한 발짝 다가가면 되는데, 그 질문이 참 어렵다. 


어렵다고 해도 포기하지는 않으려 한다. 상대방의 의중과는 다른, 내 욕심일 수도 있기에 무리하게 다가가지 않으려 한다. 상대방의 감정과 행동을 살피며,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관심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결이 맞는 사람이 어딘가엔 있을 거라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최소한 한 명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되뇌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천천히 다가가고, 행동을 주저하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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