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 하나가, 나를 자라게 했다."
나는 오래전, 아주 작은 생명을 키운 적이 있다.
초록빛의 몸통을 가진 작은 애벌레였다.
그 아이는 느리고, 서툴고, 자주 떨어졌다.
나는 조심스레 손바닥에 올려두고,
“괜찮아, 다시 올라와.”라고 말해주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그 아이를 잃어버렸다.
손끝의 미세한 바람에도 흔들리던 그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작은 몸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는 울었다.
‘내가 조금만 더 천천히 움직였다면…’
그날 이후로 나는 ‘서툴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그 꿈틀이를 떠올린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다른 이름의 ‘작은 생명’을 품은 적이 있다.
그의 이름은 도현이었다.
그 역시 서툴고, 불안했고, 그러나 따뜻했다.
그와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엔 오래된 빛이 남았다.
나는 그 빛을 ‘첫 마음의 온도’라고 부른다.
그의 세계는 단단했고, 시스템이 그를 감싸주었다.
반면 나의 세계는 늘 흔들렸다.
불안정한 바람 앞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우리의 균열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가 딛고 선 땅의 차이, 안전망의 간극이 사랑의 무게를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미안함의 기록’이라 부른다.
사랑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언제나 미안함이기 때문이다.
이건 단지 나와 그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서툰 미안함’을 품고 산다.
그 미안함을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