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찍은 나라로 무작정 여행을 갈 수 있을까?

by 작은우주인 김은주

간혹 세계지도를 펴고 눈을 감고

무작정 찍은 나라로 여행을 왔다는 내용의

책이나 영화를 접하게 된다.


여행은 가고 싶은 곳을 신중하게 정하고

그 나라 안에서도 또 가 보고 싶은 도시와

핫플레이스,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꼼꼼히 계획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도 그랬다.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핀란드의 한적한 식당에

손님으로 찾아온 미도리는 눈을 감고 찍은 나라가 핀란드여서 이 곳으로 왔다고 얘기한다.

다른 나라를 찍었으면 그 나라로 갔을 거라고.

그리고는 핀란드의 곳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일을 도우며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야기를

통해 힐링하고 여유로움을 찾게 된다.

핀란드를 가서 식당일만 하다니... 왜 그럴까?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것이

진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생활에서 멀어져 오롯이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지구본을 꺼내왔다.

당장 떠날 계획은 없지만 그냥 한번 해 보고 싶었다. 나의 찍기는 어디를 가리킬까?

아프가니스탄.

한번도 가고 싶은 여행지로 떠올려 본 적 없는

나라를 가리키게 되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마 나는 카모메 식당의 미도리처럼

눈을 감고 찍은 나라를 무작정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어쩌면 현실을 오롯이 내려놓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이런 여행을 하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가 보지 못한 동네의 골목을

산책하다가 그 어색함 속에 보여지는

다양한 풍경들에 빠져보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자기만의 힐링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소소한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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