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의 점, 주근깨. 그 야릇함.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by 지하

지하철을 탔다. 문이 열리자 단박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한 손에 소설책을 들고 있었는데, 하얀 얼굴은 윤기가 흘렀다. 양 볼은 발그스름했으며, 연한 갈색빛이 맴도는 앞머리는 보기 좋게 말려 두 눈썹 위를 가지런히 덮고 있었다. 그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그 뽀얀 얼굴 오른쪽 눈 아래에 있는 점, 두 개의 점이었다. 보기 좋게 각자의 위치를 잡은 두 개의 점은 눈 아래에 나란히 박혀 여자의 얼굴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점이 있었을까,

발랄한 것인가, 어째서 나를 그렇게 사로잡았나.

그 순간, 나는 눈 아래에 있는 점, 그것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얼굴, 거기에 투명함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얼굴의 조건을 가진 것이 아닌가. 이런 얼굴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은 잘 빚어낸 조각상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만질 수도 없고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존재다. 곁에 두고서 친근하게, 발랄하게, 생기 넘치는 그 생명력을 전하는 매력,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존재, 그것은 건강한 피부 위에 돋보이는 눈 밑의 점들, 그리고 양 볼 위에 흩뿌려진 연한 갈색의 주근깨다.


이 모든 것은 지하철에서 그 여자를 보고 나서부터다. 그 강렬한 이미지가 너무나 깊이 들어와 박혀서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그날 아침, 우연히 본 소설책을 든 여자의 모습, 그것은 재기 발랄함, 조용한 소녀 같음과 색색의 둥근 과일이 터지는 것 같은 과즙의 싱그러움, 그 독특한 매력,

하나의 그림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같은 표정을 순진하게, 그러면서 동시에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최고의 도구, 그것을 여자는 가졌다.


눈 밑의 점이 색의 향기라면, 연한 갈색의 주근깨는 야릇함이다. 퇴폐다.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보다 어쩐지 무방비하게 보이는 것이 야릇하게 보인다. 상상한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약간의 곱슬기가 섞인 긴 머리카락이다. 색깔은 검은색, 혹은 짙은 갈색, 붉은색. 보기 좋게 뒤엉켜 적당한 볼륨감을 만들고 있다. 장난기 섞인 표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살짝 웃음 띈 얼굴은 주근깨와 어울려 마구 흐트러진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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