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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Nov 18. 2020

Kind of Blue

탐미 耽美 _ 색의 음악 

끈덕지게 달라붙는 더위에 지친 새벽, 그는 공허하다. 

담백하고 기교 없이 정직한 그는, 묘한 공허다. 바깥에서 피부 속으로 스며드는 차갑고 차분한, 이상야릇한 기분에 오히려 서늘함을 느낀다. 

아무것에도 관심 없는 듯한 무심함과 아직도 소년과 청년, 그 사이의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깨끗함을 간직한 목소리였다. 



나는, 채워지지 않는 나의 내면과 그의 사무치는 공허, 그리고 무색의 허무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건조한 음색, 그 형태 그대로 바싹 말라버려 쉽게 부스러질 것 같은 굳어버린 감정, 그런 것들이 밀려왔다. 

허무와 공허, 그 깊은 심연의 곳으로 다시 가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거나 오히려 너무 많은 것들이 뭉쳐버려서 사라지지 않는 덩어리를 이룬 그곳으로.



바람에 휘어진 빗줄기가 툭, 창문을 건드리는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서린 새벽에 어김없었다. 온 세상을 회색빛이 삼켜버린 듯한 불투명함이 참으로 한결같다, 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일정한 가림막은 숨 막혔다. 

바깥의 풍경과 방안의 애매모호한 노란 빛이 섞여 어지러웠다. 

창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물 자국이 생겼다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어쩐지 덧없이 느껴졌다. 






탐미 耽美.
음악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내용의 일부만 적었습니다. 
완본은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블루, 밤의 가스파르> 와 비슷하면서 결이 다른, 
시적산문을 표방한 그림 에세이입니다.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https://brunch.co.kr/brunchbook/moonjiha



그리고, 또 다른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https://brunch.co.kr/brunchbook/jih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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