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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현승 Sep 05. 2021

135km 운전하며 출퇴근하는 아내

가족의 시간 10

저희는 저녁 8시 정도에 가족 대화를 합니다. 아내는 먼저 출퇴근길 135km를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힘든 점은 무엇이었는 나눕니다. 새벽에 졸음이 와서 앞 차량을 들이받을 뻔했던 위험한 순간, 왕복 2시간 30분 운행이 긴장된다는 고백, 차에서 들은 강연 내용,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 모르겠다며 눈물 방울방울 떨어진 이야기, 가족들과 좀 더 오랜 시간 얘기하고 싶은데 새벽 5시 출근을 위해 일찍 자야 하는 현실, 비 오는 날 고속도로 운전의 두려움 등 아내의 출퇴근 길 이야기를 들으면 안쓰럽고 미안합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힘들게 다니는 걸 알 밤 10시가 되면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가정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 있잖아요?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 뾰족한 대안이 없어 오늘도 버텨내야 하는 현실이 가정마다 있요. 저희 가족들은 아내의 출퇴근 문제로 긴장을 합니다. 아내는 왕복 135km 고속도로를 달리며 출퇴근합니다. 집과 직장 사이가 너무 멀기 때문이죠. 집은 남양주, 직장은 인천에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가는 데만 약 3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남양주에서 인천으로 출근할 때는 내부순환도로를 이용해야 60km 되는 짧은 거리로 갈 수 있습니다. 교통 정체를 피하려면 새벽 5시에는 나와야 해요. 퇴근길엔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75km를 달립니다.


가는 길 60km, 오는 길 75km, 합 135km. 이 현실이 저희 가정이 짊어진 긴장감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고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특수한 아침 환경이 낳은 습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 7시가 되면 엄마한테 잘 도착했는지, 저녁 6시 30분에는 잘 오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가족 대화 초기, 퇴근 후 피곤한 상태인 아내에게 가족 대화를 하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속도로 운전이 주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제가 몇 년 전에 먼저 경험하였기에 더더욱 말을 꺼낼 수 없었죠. 그런데 하루는 평일에 아내가 오늘은 가족 대화 안 하냐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내는 몸은 피곤하지만 출퇴근 길 이야기, 직장 생활에서 겪은 에피소드,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느낀 일상 등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풀린다고 해요. 아내의 하루 135km 출퇴근 인생이 2년째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135km 오가는 길에서 느낀 아내의 마음을 아이들과 함께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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