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of the year
돌아보는…
나는 운이 좋았지
스친 인연 모두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으니
후회는 하지 않아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참 많이도 아팠지
혼자서 울음을 삼킨 날도 정말 많았지
이젠 웃어 보일게
긴 터널이 다 지나가고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됐으니
- 권진아 <나는 운이 좋았지>
연말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운 좋게 예매한 콘서트는 가수 권진아의 콘서트였다. 우아하면서 깊고 부드럽게 감싸는 보이스가 매력적이다. 권진아의 대표 인기곡 중 하나인 <나는 운이 좋았지> 를 콘서트장에서 들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도 많은 일이랄지 큰 일이랄지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동안 수십년을 살아오면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와 생각해보면... 나는 운이 좋았다.
그것은 만족할만한 성취를 해냈다거나 시련을 극복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내게 있었던 큰 어려운 일들이 더 큰일이 되지 않을만큼 운이 좋았고, 좋은 일들은 다행히도 나에게 일어날만큼 운이 좋았다는, 그저 그뿐이라는 생각이다. 담담하고 겸허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어떻게든 삶이 살아가졌다.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운이 좋아야겠지.
올해는 운동을 많이 했다.
5년을 배웠던 필라테스 선생님이 본인 스튜디오를 오픈하느라 옮겨가시는 바람에 선생님이 바뀌었고, 새로운 선생님도 좋았지만 겸사겸사 필라테스를 그만두고 웨이트 트레이닝 PT를 받기 시작했다. 8개월 정도 되었는데 웨이트 트레이닝 자세를 배우거나 운동수행능력은 잘 나오는 편인 것 같다. 운동 신경이라곤 0레벨로 태어난 나지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서인지 코어나 잔근육이 조금은 생겨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운동 세트 사이 숨을 돌리는 휴식 시간 틈틈이, 트레이너 선생님이 SNS 인플루언서라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MBTI 의 소문자 i (대문자 I 정도의 내향인은 아닌 것 같음)에게는 은근 소셜 활동이 된다.
한동안 러닝 페이스가 정체기였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신체 능력이 좀 더 좋아진 느낌이다. 훌륭한 러너들에 비하면 아직 조무라기지만 (난 4년차 러너인데도, 초보 러너라면서 SNS에 글을 올리는 걸 보면 다들 페이스가 좋아서 의기소침하다) 이제 5km 를 30분 안에 뛸 수 있게 되었다. 5분41초/km 페이스를 갱신했다.
9개월 가량 배웠던 테니스 코치 선생님이 그만두셔서 다른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에는 적절한 시점이었던 것 같지만 레슨을 받을 때마다 이전보다 긴장, 불안이 생겼다. 테니스를 잘 치고 싶기도 하지만, 즐겁게 치고 싶기도 하다.
복부지방률 0.79, 체지방률 14.3% 까지 찍었는데 유지가 어렵다. 골격근량을 더 늘리고 싶다.
운동 공부도 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의학이나 운동처방론 같은 수업을 들었다.
그밖에 한식 요리 수업을 들어봤고, 일본 교토 오사카 여행과, 스위스 인터라켄 여행을 다녀왔다.
이사갈 집을 계약했고, 인테리어와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시국이 어수선하다.)
이제 약간은 안도하고, 여전히 아직도 잠겨 있다.
충동적으로 살고 싶다.
더 기운차게. 더 후련하게.
지치지 않기 위해서 체력은 착실하게 쌓고 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The show must go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