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나온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찍찍 끌고
집 앞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 사가지고 한 개비 꺼내 피우며 집으로 걸어오는 남자가 보인다. 담배 연기 몰고 가는 그 남자의 집 앞 골목에는 벌써 밤이 내려와 추했던 한낮을 눈감아 주고 있다.
대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는 순간 남자는 대문이 이미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설마 집에 도둑이 든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시끄럽게 뛰는 심장소리와 가쁜 호흡, 숨 죽인 발소리는 불길함을 감지한 인간 본능의 음악인가 보다.
집 안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남자는 골목으로 뛰쳐나와 미친 사람처럼 소리친다.
"문수야아아아아 문수야아아아아 문수야아아아아" 그는 자신이 담배를 사러 나가면서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생각이 난다.
어두운 밤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그는 문수를 찾으면 꼭 시골집에 보내야겠다 다짐한다. 이렇게 잘 돌보지 못할 바에야 자신이 좀 외로워지더라도 그러는 편이 문수를 위해서는 나을 꺼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문수야아아아아 문수야아아아아 문수야아아아"
남자는 결국 문수를 찾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있다. 진정하고 정신차려야겠다 싶어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보지만 뛰어다니면서 어디 떨어뜨렸는지 담배도 찾을 수 없다. 그가 흐느낀다. 지키지 못해 잃어버린 것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서. 왜 남자의 집은 문수의 시골집이 되어주지 못한 건지, 왜 남자는 그녀에게 청혼하지 못했는지.
남자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려다 발 길을 돌려 다시 새 담배를 사러 간다.
"문수야아아아 문수야아아아 문수야아아아아흐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