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연상시키는 그의 외모 때문에 그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거나, 짖궂은 도전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그저 두 개의 눈이 달린 사람일 뿐이잖아요. 수많은 외면과 도전을 헤쳐나가면서 그는 좀 치사한 남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그에게도 친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둘은 내기를 통해 자신들의 우정과 신뢰를 확인하는 이상한 습관이 들어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와사비를 한 숟가락 떠 먹는다든지 하는 내기 말입니다. 승자가 패자를 향해 짓는 의미심장한 표정이 바로 그들의 우정과 신뢰의 결정체인 셈이지요. 이 날도 어김없이 쥐를 닮은 남자와 그의 친구는 무슨 내기를 하면 인생이 조금 더 흥미로워질까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치사한 남자가 말합니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투시안경을 만들어 바닷가로 놀러가는 건 어때?" 라고 말이지요. 누가 더 성능이 뛰어난 투시안경을 만드느냐가 이번 내기의 승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며 둘은 껄껄거리며 즐거워했습니다.
썬글라스 몇 개를 가지고 씨름을 하던 치사한 남자는 더이상 지겨워서 못해먹겠다며 집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커피를 한 잔 사서 마시고 길거리를 오가는 여자들을 구경하던 중 번뜩 치사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쨌거나 친구의 눈만 속이면 되는 내기 아니겠어요? 치사한 남자는 물에 녹는 비키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투시안경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요. 하지만 물에 녹는 비키니를 기꺼이 입어줄 여자들이 필요했습니다. 내기한 돈과 비교했을때 누드모델을 쓰는 일은 사치였지요. 이것 역시, 비키니를 입을 여자들의 눈만 속이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는 시각장애인 학교를 찾아가 친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 그를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대해주었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치사한 남자는 친구를 인적이 드문 강가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여자 셋을 소개합니다. 물론 이 여자 셋은 물에 녹는 비키니를 입고 있지요. 친구에게 요란한 장식의 선글라스를 끼워주는 것과 동시에 여자들을 물 속으로 빠뜨립니다.
코에, 귀에 물이 들어간 여자들은 우는 소리를 하며
물 밖으로 걸어나옵니다. 친구는 그 여자들을 10초도 쳐다보지 못하고 뒤돌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치사한 남자가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