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 한 해의 끝과 시작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자친구가 생긴 지 이제 한 달이 되었거든요. 단 둘이 데이트 하기에도 바쁜데 12월부터 공식적인 연인이 된 이 두 사람은 작년보다 두 배로 많아진 송년회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 주는 버스 안에서 남자는 술기운과 피곤이 섞인 진실한 목소리로 우리 벌써 일 년 넘게 사귄 기분이야, 라고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속삭입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유치한 승부욕도 함께 생긴다고, 그의 친구가 말해 준 적 있습니다. 오늘 밤, 남자는 그의 친구가 품었던 유치한 승부욕을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우르르 몰린 친구들 사이에 시시한 농담이 오고가는 12월의 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들에 지루해진 친구들은 누가 가장 오래 숨을 참는가, 누가 더 오래 침묵속에 웃지 않고 춤을 추는가, 하는 대결을 시작했습니다. 지는 사람은 소주 원 샷. 기어코 한 사람을 술로 맛이 가게 만들고 말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게임이었지요. 남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 사귄 지 한 달 된 여자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뭐, 술에 지지 않는 모습으로 여자친구에게 어필해보겠다는 남자다운 마음이었지요. 소주에 지지 않겠다, 이것이 남자의 첫번째 유치한 승부욕 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친구들과의 대결에서, 그 대결 종목이 무엇이든지 간에 지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이 친구들보다 더 나은 남자라는 걸 확인시켜주려는 운동선수 같은 본능이었지요.
남자는 이 날 밤, 스무 명이나 모인 술자리를 이끈 승자였습니다.
여자친구를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술기운은 다 떨어지고 이 남자, 자신이 오늘 무슨 짓을 했는 지 하나 둘 씩 떠올려보기 시작합니다. 남자가 침묵 속에 추던 춤이 남자가 춤을 추며 마음 속으로 부르던 노래가 3년 전 그의 여자친구였던 여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길거리에서 추던 춤, 부르던 노래라는 걸 깨닫고 내일은 오늘의 여자친구의 춤을, 노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