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아침 온수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각자의 습관대로 걷고 있을 뿐인데 우리는 오늘도 같은 칸에 있다. 어쩌면 아침마다 늘 같은 사람들이 이 한 칸의 지하철에 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타는 지하철은 온수역에서 운행을 시작하므로 왠만하면 앉아서 출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한 두 정거장 지나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그녀 가까운 곳에 선다.
여자는 마스카라를 끝으로 화장을 마친다. 남자가여자를 처음봤을 때부터 여자는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지 않았다. 물기없이 잘 마른 긴 생머리와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를 낼 것 같은 입술이 남자가 기억하는 여자의 처음 모습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화사해지는 립스틱 색을 배신하듯 여자의 고단함은 숨겨지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남자는 여자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매일 아침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한 여자가 남자와 같은 집에서 함께 출근하는, 아직 없는 그의 아내같기도 하고 어젯밤 술 취해 들어와 아침에 겨우 눈만 뜨고 출근한 누나 같기도 했다. 여자에게 뜨거운 커피 한 잔 사주고 싶다.
여자가 마스카라를 바를 때의 표정을 좋아한다. 턱을 조금 치켜들고 눈을 내리깔 때 여자는 입을 조금 벌린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여자는 방 안에 혼자 있는 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이제 여자는 눈을 감고 잠을 잔다. 남자는 잠든 여자의 얼굴을 보면서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본다. 온 하루를 여자와 함께한 기분이다.
남자는 여자가 볼 수 있는 건 자신의 신발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카라가 마르는 시간동안 여자는 남자의 신발에 눈을 둘 것이다. 내일은 깨끗한 구두를 신고 그 위에 포스트잇을 하나 붙여볼까 한다.
저기
나 좀 올려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