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의 화살표를 따라 낯선 길을 운전한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바닥에 땀이 고인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눈 감고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들까. 이 동네는 이정표로 삼을 만한 건물이 별로 없는 숲. 예전 동네에서의 10분 운전과 여기서의 도로 위 10분 사이에서 3분 정도의 시차를 느낀다. 아는 것은 좁고, 빠르고, 보지 않아도 상관없고, 모르는 것은 넓은 데서 느리게 내 두 눈을 지나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흘러들어 온다. 무엇이 더 좋은가 하면 나는 그 둘의 차이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아이를 숲 캠프에 보내고 있다.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처음 만난 친구들과 함께 생태공원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땅을 파보기도 하고 개울물을 떠다 그 속에서 헤엄치는 손톱만 한 물고기를 발견하며 아이들이 며칠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그동안 내가 간 건 캠프가 아니었어. 이게 진짜 캠프야. 캠프 첫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기 물린 손등을 벅벅 긁으며 딸아이가 말했다. 좋아하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표현하기 위해 새로 좋아진 그 하나 이전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말로 네가 지금껏 자라왔지. 그동안 우리가 한 건 사랑이 아니었어, 갓난아기를 안고 낄낄거리면서 나에게 고백한 남자가 바로 네 아빠, 그 말을 곧바로 알아듣고 인정한 내가 여전히 네 엄마잖아.
아이들을 캠프에 데려다주는 길 가운데 언덕길이 있다. 멀리서 그 길을 향해 차를 모는 내 두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나무 길 사이 45도 각도로 서 있는 아스팔트. 앞서 기어 올라가는 차들을 믿고 손에 땀을 쥐며 직진하는 동안 엉덩이로 경험하는 그 길은 15도의 얕은 오르막길. 나는 오른손을 운전대에서 겨우 떼어 바지에 문질렀다. 그러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 얘들아, 뒤 좀 봐, 우리가 저 길을 지나왔는데 저렇게 가파르다고 느꼈어? 얘들아, 잘 들어봐, 내가 지금 너네한테 화내고 있는데 내가 너네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야? 얘들아, 잘 봐봐, 내가 진짜 여기 있는 사람인지. 이 길의 이정표는 우리 눈을 속이는 가파름이 되었다. 차의 속도를 줄여가며 왼손의 땀도 마저 닦는다.
오후 세 시 반은 매일 눈 깜짝할 새 다가와 우리는 긴장의 그루브로 제한 속도 25마일, 30마일, 45마일, 60마일의 길을 수시로 바꿔 타며 집으로 돌아간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과 눈앞의 신호등에 3D 영화관이 따로 없네, 이렇게 마음은 언제까지나 초보. 엄마, 나는 나중에 공동묘지에 묻히고 싶지 않아. 내가 안 특별하게 느껴질 거잖아. 뭐?
우리 집 근방 5마일 안팎으로 공동묘지가 다섯 개 정도 있다. 왼쪽에는 공동묘지, 오른쪽은 가정집, 삶과 죽음 사이를 안전하게 제한 속도를 지키며 우리가 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공동묘지를 마주한 집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상상을 해봤다. 그랬으면 묘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 저거 뭐야? 하는 아이와 어,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야. 죽은 사람이 뭐야? 몸이 멈춘 사람. 엄마 죽으면 저기 묻으면 되겠네. 엄마 죽지 마. 이런 대화로 아이의 마음을 내가 일찍부터 곤란하게 했을 게 뻔하다.
그래, 프라이빗 한 게 좋다는 거지. 알았어. 그런데 그건 네 애한테 얘기해. 엄마는 태워줘. 어. 우리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는 둘째의 불편한 마음이 백미러로 보인다. 태어나자마자 딸아이 혼자 우리 아기였던 시간을 다 지워버린 아이. 이럴 땐 귀를 막고 무럭무럭 자라라.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